건강미인조폭 2025. 1.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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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목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지난밤 아들은 부산 김해 사는 직장 동료들과 한잔 겸한 저녁 식사하며 우리 집에서 잠을 재웠다.

난 꿀물과 아침상을 차려 놓고 정형외과를 찾았다.

예상대로 CT 결과 목 디스크였다. 허리 디스크에 목 디스크까지, 알고는 있었지만 치료받기 전에는 괴로웠다.

 

검사받고 돌아오는 아들 직장 동료는 꿀물만 마시고 아침밥은 먹지 않고 돌아갔다고 했다.

 

점심 이후 아들은 최신형의 운동화를 사준다며 백화점 가기를 원했다.

 

발이 큰 난 신발 구매가 쉽지 않았다. 늘 남성화를 신어야 했다.

요즘이야 남녀구별 없이 운동화를 신을 수 있어 내게는 천만다행이지만, 학창시절은 운동화가 작아 발이 편안할 날이 없었다.

 

아들은 구둣주걱 없이 신는 운동화를 신어보니 신고 벗기 편하다며 우리 부부와 자신의 운동화까지 쉽게 신을 수 있는 운동화를 구매해주었다.

아들이 잘나니 고마운 일이 이렇게 있으니 고마울 뿐이다.

 

저녁에 일 마치고 돌아온 검소한 남편은 신발이 있는데 샀냐며 잔소리를 했지만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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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상을 치우고 아들과 해반천으로 향했다.

마라톤에 매진하는 아들은 마른 체형이어서 늘 자신과 싸움을 하지만 시댁 집안 내력인 것을......

말랐어도 근육량이 있어 다행인데도 아들은 자신의 체형에 불만이 있는 듯 늘 운동을 한다.

 

난 아들을 따라나서며 달리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난 걸었다.

 

해반천은 바람이 불어 추었다.

 

먹을거리가 없는 청둥오리들이 잔디밭으로 올라와 먹이를 구하고 있었다.

해반천 주변에서 까마귀, 왜가리, 백로, 귀한 후투티도 만났다.

후투티

 

10km를 달리고 한 시간을 걷고 상쾌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아들과 카페거리를 찾았다.

일하는 남편에게도 연락을 취해 함께 커피를 마시며 잡다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이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는 김해만은 예외로 차가울 뿐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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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이란다.

하지만 우리 집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단지 떡만둣국을 끓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배추 전을 부치며 갈비찜을 했을 뿐.....

 

아들에게 세배를 받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고 지난해의 아픔을 잊고 쉬엄쉬엄 일하며 건강 하렴,’ 하며 덕담을 전하곤 오늘은 아들이 사준 운동화를 신고 가족이 해반천으로 향했다.

 

아들은 마라톤 운동화를 신고 달렸다.

조용히 설을 맞은 가족인 듯 걷고 뛰고 하는 곳에 우리 가족도 있었다.

 

남편과 걸으며 해반천에 무리 지어 있는 물고기들을 보게 되었다.

추위 때문인지 물속에 커다란 물고기가 미동도 없이 모여 잠을 자는 듯 보였다.

가족이 단출하다 보니 무리 지어 있는 물고기마저 부러웠다.

 

가족나들이 나온 청둥오리들도 보며 날갯짓하며 자유롭게 나는 왜가리를 보며 힘차게 한 해를 시작했다.

 

중부지방의 많은 눈으로 고속도로가 미끄럽다는 뉴스를 접하고 아들을 일찍 세종으로 오르도록 했다.

물오징어를 구매해 말려서 준비했다. 갈비찜을 데워 먹도록 준비했다.

구워 먹기 좋도록 미리 준비해둔 갈빗살의 소고기와 삼겹살 그냥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챙겨 보냈다.

 

설 연휴를 조촐하게 보내고 홀로 돌아가는 아들이 오늘만큼은 측은해 보였다.

 

저녁이 되자 먹구름이 이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