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반곡동 삼성천 금계국 군락지
6월 4일
남편과 점심을 함께 먹고 아들 집에 오르는 나를 진영역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진영역에서 KTX에 오르자 평일임에도 승객들은 좌석을 가득 채웠다. 그 속에 나는 겨우 자리를 앉아갈 수 있었다.
남편과 점심을 먹은 것이 잘못된 듯 대전역에 가는 내내 아랫배를 자극했다.
겨우 참고 대전역에 도착했다.
아들은 최근 마라톤을 하면서 건강해진 몸으로 대전역에 마중 나와주었다.
듬직하고 고마웠다.
아들은 나를 위해 생선회를 먹기로 하고 수산시장으로 향해 생선회와 과일 몇 가지를 구매했다.
농어가 맛있는 철이라 농어와 고가(高價)로 귀하디귀한 오징어 한 마리도 구매하며 횟집에서 함께 주는 물회와 초밥, 멍게, 매운탕거리까지 챙겨왔다.
생선회를 숙성시키며 아파트 주변의 삼성천으로 아들은 달리고 나는 걷기도 했다.
아들은 ‘걸으러 나가시면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겁니다.’ 했다. 난 ‘?’ 궁금했지만, 아들 뒤를 따랐다.
아들은 무엇이 있기에 내게 궁금증을 안긴 걸까? 하며 아파트에서 몇 걸음 벗어나면 삼성천이기에 가는 동안 내내 궁금했다.
어머~!!!
이게 웬일이야~!!!
꽃들이 지고 있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삼성천 주변은 금계국의 군락지로 아름다웠다.
또 개망초는 안개로 보일 만큼 어우러져 만개해 아름다움을 배가 되었다.
달리는 아들 뒤를 걸으며 난 스마트폰 셔터 누르기에 바빴고 그저 그 자리를 걷는 동안은 행복했다.
여기서 찰칵~ 저기서 찰칵~ 조기서 찰칵~ 계속 여기저기를 눌러댔다. 그저 예쁘고 아름다웠다.
달리는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꽃잎이 지는 모습이라도 눈에 담고 스마트폰에 저장하며 아들이 쥐여준 우산으로 햇볕을 가려보았지만, 갑자기 태풍급의 바람이 시샘하듯 불어댔다.
아픈 무릎을 핑계로 주변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을 때쯤 달리고 돌아온 아들은 몇 컷 사진을 남겨주었다. 6km 정도 달리며 땀범벅인 아들은 몸이 가벼운 듯 보였다.
돌아와 각각 씻고 맛있게 숙성된 생선회를 먹었다.
어머 어쩜 맛이 그리도 좋던지, 내 입이 행복해지자, 남편에게 미안했다.
오징어도 달고 농어는 농어대로 달짝지근 고소했다.
수산시장에서 더불어 준 초밥, 물회, 멍게는 생선의 향미를 더했고 아들이 끓인 지리 매운탕은 한잔 더 당기는 맛이었다. 하지만 들이 소주 한 병만을 나눠마시며 다시 삼성천을 가볍게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6월 5일
아들이 출근 뒤 이른 시간 삼성천을 걸었다.
올여름 시원하게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될, 물놀이터는 어린이 손님을 기다리는 듯 노란 금계국의 꽃천지 속에서 빛나며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어디선가 높은 나뭇가지에서 들리는 새들의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음악 감상하는 새의 무게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국화과의 야생화 천인국이 군데군데 주홍빛의 빛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노랗게 금계국으로 물든 꽃천지를 걷고 걸으며 돌아와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는 고인돌과 같은 대리석들을 쌓아 올려놓기도 했고 의자 같이 넓은 돌을 볼거리로 널려있기도 했다.
그중에 한 곳의 돌덩이에서 작은 생명력도 보게 되었다.
단단한 돌 속에서 피어오르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사도 마찬가지인데 어찌 저리 강인함을 보이며 피어올랐을까, 나도 배우고 싶어진다.
돌아오며 한가롭게 노니는 청둥오리 한 쌍을 보며 돌아왔다.
남편과 아들은 돌아가며 혼자 뭐하냐고 전화를 주곤 했다.
주부들이 집에서 나왔다고 할 일이 없겠는가, 아들이 널고 간 건조대의 빨래 개고, 다림질이 필요한 옷들은 맵시를 살리도록 다려주고, 커피도 마시고.... 그렇게 오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