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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동짓날

건강미인조폭 2024. 12. 21. 22:09

1221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전통사찰로 내가 찾는 주촌 선지사는 도착하니 조금 늦었다.

신도 처사님들만 기도 중으로 더 조용히 들어가야 했다.

 

영산전 법당에서 잠시 기도를 드리고 공양간에 들려 팥죽 한 그릇을 먹었다.

 

내려오며 한 분을 차에 모시고 같이 내려왔다.

 

그분은 김해 문화체육관 부근에서 옛날통닭을 30년 가까이 운영하는 신도였다.

젊은 시절 운동했던 문화체육관 생각에 그분을 통닭집까지 모셔다드렸다.

그 신도는 내게 커피를 주셨다.

통닭집은 체육관에서 십 년 정도 배구를 하면서 한 번도 찾지 않은 곳이었다.

 

그분이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듣곤 수영장 형님이 계신 두 번째 선원을 찾았다.

 

그곳의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두 번째 팥죽을 또 먹었다.

 

이번에도 팔순이 넘어 보이는 거동이 불편한 신도를 모시고 댁까지 모셔다드렸다.

 

그분이 사시는 주변에서 당구장 진영자 형님(84)을 뵐 수 있었다.

그 형님 역시 다리가 불편해 멀리 절에는 가지 못하신다며 가까운 선원을 다니신다고 나를 안내했다. 형님이 다니신다는 선원은 내가 예전에 다니던 미장원 자리였다. 그곳에서 주는 팥죽은 먹지 않고 주시는 대로 싸 들고 당구장으로 향했다.

 

당구장 도착한 시간은 두 시가 넘었다. 토요일인데도 회원들이 제법 있었다.

한 회원이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말에 팥죽 주인이 이렇게 있는 법이구나, 생각하며 싸 들고 온 팥죽을 당구장 회원에게 전달하고 서너 게임을 했다.

 

날은 추위가 오려는지 상당히 추운 날이었다.

 

동짓날인 이날, 초파일도 아닌데 우연히 크고 작은 세 절을 가게 된 것이 희한하기만 했다.

귀가하니 감사하게 세종의 김 박사에게 사과 한 상자가 전달되어있었다.

 

올 한해 묵은 불행은 붉은 팥죽으로 모두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