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아침 6시 30분 집을 나서며 산에 심을 영산홍과 황금 측백나무를 샀다.
아들과 10시 30분, 부모님 산소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거리는 온통 벚꽃 천지였다.
이른 시간에 교통 안전 지킴이가 무색할 정도로 도로를 점령한 것은 대형트럭들이었다.
코로나 19로 아들 결혼식은 좀 늦춰졌지만,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한 날이기에 아들 며느리는 내려오고 우리는 올라가고 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며느리 차량에 문제가 있어 개인택시를 하는 시아버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이번엔 며느리 차로 내려오기로 했다.
친정 부모님 산소에는 멧돼지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들 내외를 기다리며 흔적을 메꾸고 한그루 남겨두고 준비해간 나무를 심고 거름까지 주었다.
나무를 다 심어갈 때쯤, 저만치 며느리 차가 보이며 아들 예비부부가 도착했다.
며느리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며느리에게 약간의 제사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사실 아들 결혼을 하며 예단 없이 하기로 했기에 이바지 음식도 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사돈댁에서는 이바지 음식으로 산에 보낸 것이다.
해온 건 감사했지만 며느리에게 약간의 잔소리를 했다.
며느리는 ‘뭘 할지 몰라서 엄마가 그냥 준비해주셨어요.’
아들이 결혼할 새 식구라고 소개하며 이바지 음식?으로 그렇게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아들 내외에게 기념식수를 하도록 하고 산에서 내려와 코로나로 움직임을 자제하기 위해 연안이씨 납골당 앞에서 준비해간 라면과 커피/과일 등을 먹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 가는 고속도로도 한산했다. 봄 맞아 나온 꽃들이 우리를 반겨줄 뿐이었다.
안동에 유명한 방앗간에서 기정 떡을 찾으며 쑥 삶는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시부모님이 특별히 예뻐했던 손주가 장가를 갑니다. 손주 며느리와 함께 왔어요. 부모님께서도 축하해주세요.’라며 인사를 드렸다.
산에서 내려와 부근에 사시는 큰 시누이 댁에도 들렸지만, 시누이는 없었다. 산에 올렸던 음식들을 남겨두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는 봉정사를 방문했다.
그곳에서도 우리를 반기는 건 관광객 없는 아름다운 벚꽃뿐이었다. 코로나 영향이 큰 것이다.
안동을 빠져나오기 전, 이른 저녁으로 세수 대아 크기의 양의 안동찜닭을 먹고 두 대의 차량으로 각각 안동을 빠져 김해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연기된 아들, 예비부부와 결혼이야기를 나누고 가볍게 한잔을 했다.
아들은 소화 시킬 겸 집주변을 안내하기 위해 며느리와 밤거리로 나섰다.
4월 4일
아침기상은 아들 부부를 위한 배려로 늦게 일어나도록 했다.
새벽부터 남편은 일어나 아들 부부 잠자도록 주위를 살피며 산책하러 나갔다 오고 난 그런 아들 부부를 위해 얼마나 TV에서 방송한 백종원의 대파 국을 얼큰하게 준비했다.
11시경 아/점을 아니 이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며 볼거리를 안내하며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에 들어섰다.
그곳은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의 모래바람이 우릴 맞았다. 결국, 차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식성 좋은 며느리의 식욕을 채워주기 위해 기장으로 향했다.
‘아버님 장어 먹어요. 어머니 멸치 회 먹어요.’
넉넉하게 장어를 장만하고 멸치회도 먹었다. 사실 난 멸치 회는 구미에 맞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식성 까다롭지 않은 며느리가 참 잘 먹어주어 더 예뻤다.
돌아오는 길에 조개를 듬뿍 사와 조개탕을 끓이며 한잔을 하며 짧은 밤을 길게 보내기도 했다.
4월 5일
아들 부부가 대전에 올라가는 아침을 맞았다.
차라리, 아침이 늦게 찾아오기를 바랐다.
그러며 난 아들 부부에게 보낼 만한 걸 밑반찬을 주섬주섬 싸기 시작했다.
아들, 처가에 보낼 한우갈비와 말린 참돔, 삶아 놓은 문어도 안동에서 맞춰 온 기주떡(술), 안동 식해, 안동굴젓 등을 싸서 올려보냈다.
그런데도 아쉬웠다.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 같다.
아들 부부의 차량이 떠나자 지하 동굴을 파놓은 듯, 마음이 허전했다.
하지만 아들이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부모 바람이 별거 있을까,
우리 부부가 허전하고 아쉬워도 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될 것을..............
아들은 몇 시간 뒤 잘 도착해, 처가와 직장동료에게 다녀왔다는 전화를 받고
‘그래 고생들 했다, 쉬어라.’ 하곤 우리 부부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저 아들 부부가 무탈하게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기대해보며 ‘잘 살 거라.’ 마음의 소리를 보내며 평상시로 돌아서기 위한 허전함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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