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순댓국

건강미인조폭 2021. 2. 17. 21:54

217
새벽 230분 오빠 소리에 잠이 깼다.
힘겨움의 고통 속에서 싸워 지쳐가고 있는 오빠의 얼굴은 더 이상 우리 오빠가 아니었다.
모두가 잡고 있는 오빠의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온 듯 했다.

그래도 주말 조카 딸내미 결혼식까지 만이라도 버터 주었으면 했다.

 

아침이 밝자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밤은 오빠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는 낯선 환자로만 보이는 밤이었다. 우리들 마음도 비워야겠다.' 라고~~~

 

담당과장의 회진이 있어도 오빤 바라만 봤다. 그리고 이내 잠이 들었다.
또한 움직임이 더 작아졌다.

 

정오, 올케가 장조림과 고사리 무침을 준비하며 순댓국을 사왔다.

 

암 병실에 갇혀 살며 오빠를 피해 12층 높은 곳 휴게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하다 보니 순댓국은 깔깔한 입맛을 덕분에 해결해주었다. 두 그릇은 양이 많아 한 그릇으로 나눠 먹었다.

 

올케와 오늘은 4시간가량 함께 있었다.

순간 올케가 온 걸 안 오빠는 오빠의 모습이 흉하다며 제수씨가 빨리 가기를 바랐다.

 

그렇게 올케를 보내고 오후 회진하는 담당과장에게 말했다.
'오빠가 계속 주무시네요.' 하니까

'진행 과정이라 보면 됩니다. 앞으로 근육 량이 소실되고 통증을 더 호소하게 될 겁니다.' 했다.

더 살이 빠진다는 말에 안타까움만이 더해졌다.

 

정말 잠만 잤다.
깨우면 원망스런 시선으로 날 바라봤다.

 

난 할 수 없이 '알았어, 더 자' 라는 말뿐이 할 수 없었다.

 

'♣ 여행 >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레 잡아라.  (0) 2021.02.20
이달 말 고비  (0) 2021.02.19
울 아들부부 임신했지만 조용하게  (0) 2021.02.17
우리 아들 좀 도와줘  (0) 2021.02.16
환각상태  (0) 20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