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오전 복지관 마칠 때쯤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산에 갑시다.’
‘아~ 예 당구 연습 좀 하려 했는데 알았어요. 2시까지 갈게요.’
그렇게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남편 뒤를 따른다.
남편은 늘 그랬듯이 나를 위한 스틱과 물 한 병, 과일을 챙긴다.
난 오늘이 마지막인 듯 산에 오른다.
그리고 남편에게 주문했다.
‘마지막 산행일 수도 있으니 사진 부탁해요.’라고...
그제 내린 비로 산에 오르는 길은 찹찹하니 걷기도 좋았다.
따듯한 날씨는 야간은 서늘한 느낌이었지만 비상 옷을 허리에 두르고 남편이 안내하는 대로 바닥을 보고 스틱에 의존하며 따랐다.
어디선가 딱따구리가 따르르르 울어대고 몇 마리에 까마귀가 깍깍거리며 울어댔다.
딱따구리는 보호색을 띤 듯 소나무 부근에서 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정상에 올라 물 한 모금에 어른 주먹보다도 큰 천혜향을 남편과 나눠 먹고 난 용기를 내어 ‘수인사 쪽으로 내려가겠다,’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허리 아픈 내겐 부리라고 하며 쉬어가듯 내려오기를 권했다.
내려가는 길은 20년 전에 올랐던 길과는 달랐다. 계단이 만들어지고 험난했다. 그야말로 내게는 악산 그 자체였다. 난 내려오는 길이 험난했지만, ‘그래 이게 산이지,’ 하며 기분은 좋았다. 몸과 다르게 가슴의 벅참을 느꼈다.
수인사 쪽으로 내려오며 연지공원으로 방향을 돌려 공원 한 바퀴를 돌고 가볍게 콩나물국밥으로 빈속을 채우고 돌아왔다.
육신은 사실 죽을 맛이었지만, 남편의 편안한 안내 덕분인지 기분은 좋았다.
만개한 매화, 벌써 일찍 봉우리를 맺힌 벚꽃, 아파트에서도 봉우리를 올라온 산수유, 언제고 성질 급하게 피는 영산홍까지 보며 집에 도착했다.
오늘도 마지막 산행인 듯 주변 야산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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