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무거운 발걸음

건강미인조폭 2020. 12. 13. 14:24

12월 12일

김해 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더 자야지 해도 눈 떠 보면 또 그 시간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아니 멈춰주었으면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5시 40분경 일어나 머리 감고 여행 가방을 꾸렸다.

 

오빤 통증 때문인지 식욕을 찾고 싶어선지 식탁에 있는 빵과 약봉지가 흩어져 있었다.

약을 먹고 빵을 먹었겠다고 생각하며 컴에 앉아 블로그 일기를 써 내려갔다.

 

구찌봉, 바나나, 당근, 요구르트 녹즙기에 갈고 믹서에 갈고~

아침엔 낙지 넣고 미역국을 끓여 준비했다.

 

구찌봉 주스를 마시고 뉴케어(환자용 음료) 마시고 걷기 가자던 오빤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아침 먹고 나가자 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안양유원지 천을 걸었다. 바람을 안고 걸어야 했다. 30분가량 걷던 오빤 상가에 멈춰서더니 음료를 권했다. 음료 무료 시음회 하는 곳으로 다행히 자주 이용하는 집이었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오며 잠시 휘청거렸지만 50분쯤 걷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이온 음료를 마시고 싶다 했다. 코로나 무섭다며 다니지 말라는 소리도 무시하고 조심스레 마트를 다녀왔다. 속이 타신 듯 맛있게 드셨다.

 

오빠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나와 '네 올케도 가기 전에 한 번에 기회가 오더라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고 강 서방에게 미안하구나! 강서방 갔다가 주렴'하며 발효 노니를 주셨다. 오빠가 먹으려고 사 놓고 먹지도 못하고 매제를 주는구나.

오빠 또 말했다. ‘너 아니었으면 나 어쩔뻔했냐’고 하며 남편에게 맛난 것 사주라며 흰 봉투도 쥐여주셨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급히 받아 방으로 가져다 놓으며 눈물을 또 훔쳤다.

 

난 냉동칸을 열며 며칠간 먹을 음식을 하고 싶었지만 까다롭지 않은 식성이 병으로 인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오늘 먹을 것만 하기로 하고 모시조개탕을 끓이기로 했다. 소금물에 해금하고 다시 물에 맑은 조개탕을 끓여 점심까지 함께 먹었다.

 

오빠 집은 1월 12일 이사, 공장은 2월 초부터 기계를 이동, 큰 며느리는 출산 예정일 1월 28일 또, 동생도 2월 20일 딸내미를 결혼시킨다.

 

작은 조카가 오후 2시경 와주었다. 홀로 남겨진 오빠를 위해 다행이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오후 4시 26분 새마을 기차를 타는 나를 위해 작은 조카는 수원역까지 배웅했다. 어린 조카 앞에서 난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역에 도착해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수원역 도착했어, 오빠가 나 보고 싶어 할까 봐 전화했어. 빨리 갔다 올게.’ ‘인천 친구가 와서 혼자가 아니야!’ 했다.

 

그간에 오빠가 살아온 70 평생의 일들을 생각하니 눈물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곤 기차에 올라 구미까지 긴 잠을 잤다.

 

구포역에 도착하자 남편의 마중 나와 주었다.

 

오빠에게 전화 걸며 ‘오빠 도착했어. 강 서방이 역전에 나와 주었고’ ‘형님 마누라 올라갈 때까지 서운해도 조금만 참으세요’ ‘어이 미안하네.’ 도착 인사를 마치고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오빠와 통화를 마치고 김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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