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환각상태

건강미인조폭 2021. 2. 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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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때문인지 오빤 나를 밤새 잠을 못 자게 했다.

 

수척해진 몸에 열이 있어 환자복도 벗고 팬티만 입은 상태다.
딸내미 같은 간호사들이 수시로 들어오기에 여름 반바지를 잎혀지만 덥다고 입지 않았다.

 

밤새 흉수관이 두 번이나 세서 나도 바빴다.
물마저도 먹지 못하니 가글, 입가심을 한 시간 간격으로 했다.

 

'진통제 놔 주세요.' 간호사는 '네 몰핀으로 드릴게요.'
결국 오빠는 가끔씩 환각상태를 보이게 된다.

2인실 병실은 오빠 혼자가 되었다.

물도 못 먹는 오빠를 두고 난 옆 빈자리서 점심을 먹었다.

흉수가 자꾸 샌다.

벌써 3번째 거즈를 바꾸는 중에 큰조카내외가 갓난아이를 안고 문병을 왔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안아보지 못했기에 얼굴이라도 보여주려 조카가 온 것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에서 어서 나가라고 오빠는 호통을 쳤다.

안고 싶은 마음을 참고 통증과 싸우면서도 시기적으로 코로나19로 위험하기에 손자의 건강을 생각했던 것이다.

 

며느리는 머쓱해 하며 시아버지인 오빠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질부를 시켰다. '아버지 손을 잡고 연제(아기이름) 잘 키울게요. 하거라.'라고 시켰다.

질부는 눈물을 흘리며 오빠의 손을 잡고 시키는 데로 하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오빤 조카부부가 다 갔는지 확인 후에 잠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얼마 후 환각증세가 또 나타났다. 짜증도 냈다.

울 오빠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와의 이별이 하루하루 앞당겨 가는가 보다.

 

저녁 7시경 울렁거림을 진정시켜 달라며 진통제(몰핀)를 맞고 잠이 들었다.

 

오빠를 지키며 병원 창가를 눈뜨는 새벽부터 밤까지 보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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