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남편은 지난밤 경운산(해발 378m) 가자고 제의했다.
난, 말없이 잤다.
05시 40분 눈이 뜨였다.
남편은 ‘깼으면 더워지기 전에 산에 가자’라고 했다.
역시 말없이 오이 썰고 방울토마토 씻어 난 산에 갈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자 ‘해반천 돌자’라고 말했다. 헐~
난 맘속으로 '산에 가도 되는데~ 저놈의 변덕은 한 주 전부터 산에 가자고 해 놓고 몇 분 만에 걷자고 방향을 바꾸네~ 고집스럽고 변덕스럽고~‘
난 또 말없이 물병만 챙기며 남편을 따라 집을 나섰다.
그 시간은 06시 40분. 그냥 남편 뒤만 졸졸 따랐다.
남편과 며칠 전 작은 말다툼이 있었다. 근데 남편은 내 속을 뒤집어 놓고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잊고 있었다. 어찌 보면 남편 성격이 편할지 모르겠다. 어떨 땐 부러울 때도 있다.
이른 아침, 거리는 약간의 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 걸을만했다.
평일 이른 아침이기에 걷는 이들이 작았다.
해반천은 여러 번을 걸어보지만 걷기에 적합한 곳이다. 적당한 거리에 운동기구도 설치되어있고 볼거리로 계절별로 꽃들을 피우고 지금은 노란 국화과의 기생초와 노란 코스모스, 해반천에는 곧 꽃을 피울 수련잎이 지루하지 않도록 우리를 편안하게 맞이한다.
23년 이곳 김해에 살고 있지만 참 살기 좋은 곳이다. 단, 보행자들의 길이 자전거 거리보다 좁은 것이 불편할 때가 있는 것이 흠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바닥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잔디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지렁이들이 집단탈출이라도 한 듯, 미리 죽어있는 것도 있었다.
지렁이들의 죽은 자리는 지뢰밭 아니 지렁이 밭이 된 곳도 있었다.
개미들도 줄지어 이동하는 곳도 있었다.
지렁이들은 개미들이 이동하다 만난 새로운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아휴 끔찍~
오늘 해반천 걷기는 지렁이들을 만난 조금은 끔찍한 현장학습의 아침 산책길이었다.
(지렁이는 컴에 - 빛을 싫어하여 빛이 오는 쪽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때문에 어두운 흙 속에서 살며 비가 올쯤, 지렁이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있는데 이동목적이나 짝짓기를 위하여 나오는 것이다, 라고 나와 있다.)
귀가 시간은 08시 35분, 2시간을 걸었으며 9km가량의 12,400보를 걸었다.
돌아온 남편은 내 차 정기검사를 하며 세차도 해주고 중복에 맞춘 옻닭을 사 먹고 내가 좋아하는 참외를 사 들고 들어오기도 했다.
난 남편이 잘못하면 말을 안 한다. 그럼 남편은 비위를 맞춰주곤 늦은 반성을 하는 듯하다.
이렇게 남편 쉬는 날, 중복 더위에 걷기운동을 하며 옻닭으로 건강도 챙기는 하루를 보냈다.
중복인 이날 음식점은 장날이었다. 코로나로 발열체크하고 입장,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