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작품, 여행(남편산행)

경운산 378m. 2/26일

건강미인조폭 2023. 2.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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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가족을 세종 보금자리로 떠나보내고 남편은 나를 위해 경운산을 올랐다.

물론 보낸 자리의 서운함을 달래주려는 남편의 생각이다.

 

23일 손자의 재롱으로 꽉 찬 집은 손자가 떠나곤 절간 같았다.

예전 어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도 그걸 실감하고 있다.

 

내게 있는 달랑 아들 한 명으로 얻은 며느리와 귀염둥이 손자~

 

덕분에 그 애들이 방문은 환하게 한 줄기의 빛으로 들어오곤 한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나면 난 울적해 하곤 한다.

그 틈새에 나를 들로 산으로 데려가는 고마운 남편이다.

 

남편은 산에 오르기 전에 내게 주문을 한다.

여보 오르다 힘들면 내려가면 되니까 힘들며 말해요.’ 한다.

 

체중이 늘어 힘겹게 오르는 나를 위해 남편은 천천히 오르는 나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나 있는 곳만큼 내려오고 또 오르고 나 있는 곳만큼 내려오며 나를 정상까지 안내했다.

 

그저 바닥만 보며 오르다 보면 땀은 비 오듯 이마를 타고 양 눈을 덮고 목까지 흘러내리기를 반복했다.

 

남편은 오르며 또 주문한다.

 

힘들며 앉았다 가요.’

 

하지만 앉으면 오르기 싫어지므로 난 나를 너무도 잘 알기에 절대 앉으려 하지 않았다.

나무들도 살포시 잎사귀를 깨우며 봄맞이 중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에서 내려오자 기온 차가 심해 추위가 마중을 나왔다.

 

그렇게 남편 도움을 받아가며 산행을 마치고 화려한 홍매화의 유혹을 받아가며 귀가했다.

힘겨움은 피곤함으로 이어지며 울적한 마음은 사라지고 잠으로 달랬다.

 

저녁이 지나 아이들은 영상통화를 어김없이 해주었다.

 

에고~! 사랑스러운 놈들~~

 

전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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