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비가 종일 온다고 했다.
어린이날이지만 손자는 처가에 있다.
4년 전 아들이 결혼식을 올린 날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서로 아픔을 겪는 중이다.
가슴 치며 통곡할 지경이지만, 내색하지 않기로 하고 나도 남편과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고 평소같이 자연스럽게 지내려 노력 중이다.
점심을 김해에서만 특별한 맛으로 먹을 수 있는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다.
우산을 쓰고 나름 점심을 먹고 남편은 일을 나가고 아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조용한 성격에 아들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빗소리를 덤으로 들으며 빗길을 달렸다.
비는 강약으로 창가를 두드리며 내렸다.
비 오는 날 아들과 비를 맞으며 달려간 곳은 김해 상동에 있는 ‘향 카페’였다.
젊은 부부가 하는 것 같았다. 비 탓인지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아메리카노를 진한 맛과 신맛으로 따뜻한 커피를 시켰다.
아들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신맛으로 주문을 했다.
아들과 커피 향을 평가했다. 정말 진했다.
아들은 ‘어머니 입맛에 맞지요? 여기 원두 싸네요. 입에 맞으시면 한 개 사가시죠. 사드릴게요.’ 했다. ‘그래, 고맙다.’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곧 이삿짐을 챙기고 나면 청소를 이렇게 저렇게 하자며 의논을 했다. 또 간다고 한날을 변경할지를 염려도 했다. 워낙 변덕이 심한 이이여서 5월 19일도 6월 2일로 변경을 했던 아이기에 이번엔 연락이 오면 못을 박아 약속한 날짜에 나가 달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자신의 주변이 복잡함에도 평온을 찾으며 어미와 커피를 즐겨준 아들이 고마웠다.
‘아들 점심 먹고 바로 카페를 오게 돼서 민낯으로 옷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네. 담에 아들이라도 젊은이랑 데이트하는데 옷도 신경 쓰고 화장도 좀 할게. 시간 좀 주고 데이트하자...’
그렇게 다시 빗길을 음악을 들으며 커피 데이트를 마치고 귀가했다.
귀갓길에 우리 모자(母子)를 질투하듯 비는 더 심하게 뿌려댔다.
아들이 평온을 빨리 찾기를 바라며 짧은 행복의 외출을 마쳤다.
저녁, 아들이 사준 원두커피를 갈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식사 준비를 했다.
비 오는 늦은 밤 아무도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수박과 오징어를 안주로 각자 캔맥주 한 개씩 마시며 조용히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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