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작품, 여행(남편산행)

손자 방문 6월 28~7월 1일

건강미인조폭 2024. 7. 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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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까맣게 그을린 건강한 32개월의 손자가 아들과 방문했다.

난 집에 있는 장난감을 손자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꺼내 두었다.

 

주차장까지 가서 손자를 반기자 손자는 할무니 안뇽하데여?’ 배꼽 인사의 혀 짧은소리로 인사를 했다.

집안에 들어오자 언제나처럼 미니어처 장식장 문을 활짝 열자, 집안이 금방 어린이집이 된 듯했다.

이런 모습이 귀여워 셔터를 누를 때쯤 손자는 브이~’ 하며 자세를 취해주었다.

 

귀여운 녀석~~

 

'할무니 오다가 유도차 받떠요.' 차를 타고 오며 유조차를 본 듯 내게 자랑을 했다.

한 달 사이에 언어가 늘었다.

 

장난감과 얼마나 놀았는지 할무니 노이터 갈까?’ 했다. 놀이터에 가자는 말이었다.

 

손자가 놀고 있을 때쯤 아들은 오징어순대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며 시소와 미끄럼틀에서 콧잔등에 땀이 맺히도록 놀았다. 저녁을 먹고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도 놀이터를 또 찾았고 또래의 형과 게임을 하듯 아비를 붙잡고 놀기도 했다.

어둠이 깊어 아비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와야 했다.

 

930분경 샤워를 마친 손자는 잠이 들었고 어른들은 가벼이 한 잔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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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손자가 어제 세종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을 달려와 피곤한지 모르고 놀이터에서 놀더니 아침 7시가 되어도 눈을 뜨지 못했다. 어린애가 어른보다 일찍 일어나곤 했었는데 오늘만은 아기 같았다.

 

귀에다 트럭 보러 가자.’ 말하자 손자는 눈을 번쩍 떴다. ‘트럭 보러 가자하며 기지개를 켰다. 우린 손자를 향해 굿모닝~’을 외쳤다. 손자도 답하듯 굿모닝~’을 해주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나서기가 걱정되었지만, 여행도 비로 취소되었기에 해운대 해안 열차를 타러 가기로 했다.

기차 타러 간다는 소리에 손자는 어둑한 말로 기차 타러 가요, 우리 기차 타러 가요.’ 했다.

 

차에 올라탄 손자는 말문이 틔기 시작한 터라 어른들의 말을 흉내 내며 아무 말 잔치를 별렀다.

 

멀리 있는 붉은 색의 건물을 보곤 부터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듣고서야 부처님 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과 관광을 가면서 사찰을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인상이 깊었던지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비 그치면 부처님 보러 가자.’ 했다. ‘, 부터님 보러 가요. ‘손자는 답해주었다.

 

해운대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왕복 기차표를 끊고 순서에 의해 열차에 올랐다.

해안 열차에서의 손자는 그저 신기해했다.

 

바닷가도 걸었다.

바닷가에는 제법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조심성이 있는 손자는 바닷가에서 뛰기도 하고 살금살금 걷기도 하고 얼마나 놀았을까~, 이슬비가 내렸다.

비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가기 위해 기차 타는 곳 대기석에 서자 왕복을 끊은 해안 열차의 이상한 점을 알게 되었다.

들어갈 때는 순서에 의해 들어갔고 왕복을 끊은 우리가 돌아오는 길은 순서에 의해 입장을 시켜야 하거늘 순서를 지키지 않고 편도를 끊은 사람부터 입장을 시켰다. 이건 아닌 것 같다.

 

<해안철도 홈에는 파란 하늘과 바다가 숨 쉬는 곳이라고 소개를 하지만 관광객의 짜증으로 숨넘어가게 하는 걸 해안철도 관계자가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기다리는 중에 비는 오고 날씨는 후덥지근, 겨우 열차에 올라 비를 피하며 해안도로를 경치를 바라보며 김해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을 음식점을 찾아, 오리고기 세트메뉴를 먹고 굵은 빗속에 손자의 장난감을 사 들고 시작되는 빗 사이를 뚫고 귀가했다.

 

쏟아지는 비로 더는 밖에 나갈 수가 없어 결국 손자에게 휴대전화기 속의 유튜브를 보여주게 되었다.

 

꽈리고추와 멸치볶음을 하기 위해 손질하던 멸치가 입에 맞았던지 손자는 간식 같이 멸치를 먹어댔다.

얼마나 잘 먹던지, 집에 가서 먹이도록 싸서 보내기로 했다.

 

어른들 말을 흉내 내던 손자는 화면에 빠져 조용해지고 얼마간을 재미있게 보던 손자도 바닷가에서 뛰어놀더니 피곤했던지 잠이 들었다.

 

잠이든 걸 확인하고 아들과 난 한 잔을 마시며 어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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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비가 내렸다.

아들이 사는 세종은 비 소식이 다행히 없었다.

비 오는 날은 잠자기 좋지 않던가 울 손자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바닷가에 다녀온 여파인지 오전 6시경에 잠이 깨는 손자는 7시가 넘어도 늘어지게 잔다.

 

남편은 비 쏟아지기 전에 올라가기를 바랬다.

난 아들이 총각 때부터 비던 베갯잇하고 이불 홑청 등을 만들었기에 동행하며 일찍 서두르기로 했다.

 

비는 막 오다 언제 그랬냐는 표정으로 구름만 보였다 또 한차례 오기를 반복했다.

집을 나서며 핸드폰을 챙기지 못했다. 설렘 탓일까 건망증일까? ? ? 핸드폰을 챙기고서야 집을 나섰다.

 

카페에 들러 손자가 즐겨 먹던 한라봉 주스와 커피를 사고 절을 다녀왔다.

 

비로 손자와 오르지는 못하고 법당은 나만 오르고 빗줄기가 굵어지고 오락가락했다.

 

손자는 할무니 부처님 만나고 왔어요? 리한이는 비 와서 안 갔어요.’ ‘응 담에 가자하며 고속도로에 올랐다.

 

손자는 어제 산 장난감 지하철 들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요?’ 하며 지하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이말 저말로 혼자 놀기에 빠져있었다.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손자가 말하는 주제는 주변을 살펴보면 손자와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비는 거의 오지 않다가 김천 부근에서 잠시 퍼부었고 옥천휴게소에서 돈가스와 유부우동을 먹었다.

마지막까지 아들은 안전하게 조심히 운행하며 귀가했다.

 

잠시 집에서 손자의 샤워를 마치고 청주 외가로 떠난 손자의 장난감 방에는 널브러진 장난감만이 손자를 기다리며 집을 지켰다.

 

돌아온 아들은 삼성천 가를 달리고 돌아와 오리구이에 한잔하곤 삼성천을 다시 거닐었다.

우리가 나갔을 때 음악분수가 끝날 무렵이었다.

 

난 아무 말을 해대며 우울해할 아들을 위로했다.

잠시 전, 음악과 함께 오색찬란했던 삼성천마저도 답변 없이 조용했다.

 

아들은 7월의 직장 일정을 이야기하며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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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만큼 비는 오지 않았고 날씨 맑음으로 쾌청했다.

 

아들의 출근길에 동행하며 대전역을 가는 길에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일꾼들의 빠른 걸음 속에 나도 있었다.

 

그렇게 23일간 비로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손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김해로 내려왔다.

 

구포역에 들어서자 낙동강은 흙탕물로 가득한 채로 비가 나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