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오빠 집에 올라

건강미인조폭 2020. 7. 22. 12:51

7월 18~20일
7월 18일

오빠 집에 가려고 기차에 올랐다.
기찻길 가에 벼가 익어가는 초록이 아름다웠다.

 

집에서 준비한 토스트를 준비해 몇 장의 책장을 넘기며 오빠 집에 도착했다.

출장 중인 아들 내외도 오빠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잠시 후, 아들 내외의 방문도 받았다.
투병 중인 외삼촌께 안부 인사차 들렸다 했다.

 

오빤 건강을 위해 수안보에 황토집을 지으려 다녀오며 우리 형제들 모두에게 나눠줄 양의 옥수수를 구매해 왔다.

 

내겐 생으로 먹는 옥수수 두 상자를 보냈다 했다.

생으로 먹는 옥수수도 맛을 보여주셨다. 아삭하니 신기한 맛으로 식감이 좋았다.

 

활달한 성격의 며느리 인사를 받으며 오빤 반가운 미소로 화답하며 아들 내외에게도 옥수수 한 자루를 주었다.

 

두 대의 김치냉장고를 정리하며 묵은지가 여러 통이 있어 아들 내외 편에 보내고 김치냉장고를 정리하며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두어 시간 쉬며 아들 내외는 오빠 집을 떠나 저희만의 안식처로 떠나보냈다.

 

냉동실에 오래되어 보이는 마른멸치를 다듬어 놓고 표고버섯을 넣어 된장찌개를 준비하며 저녁을 준비하며 그렇게 오빠 집 첫날을 보냈다.

 

첫날은 눈코 뜰 새 없이 흘렀다.

 

 

7월 19일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

아침이 다되어도 바람을 동반한 거센 비는 한이라도 풀려는 듯 마구마구 춤을 추며 뿌려댔다

 

콩을 특별히 좋아하시는 오빤 단골 마트에서 깜짝 세일 가격을 받자, 비 오는 중에도 ‘호랑이 강낭콩’ 한 자루를 구매해오시고 공장을 운영하는 오빠는 잠시 공장에 다니러 가셨다.

 

강낭콩과 옥수수, 먹기 쉽게 껍질을 벗기고 모두 손질해 냉동 보관해 드시기 편하게 준비했다.


저녁, 오빠의 작은 아들 내외가 카레와 짜장 오리탕 등을 해왔다.
두 시간쯤 손녀의 재롱을 보여주곤 배웅을 마친 밤 10시경, 소파에 앉아있던 오빠는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안양유원지를 걷자고 했던 오빠는 ‘걸으러 나가자’는 말도 듣지 못한 체, 목석이 되어있었다.
10여 분이 지나자 ‘나가자’ 하던 오빠와 안개비를 맞으며 20여 분을 걸던 오빠는 결국 힘겨워해 되돌아왔다.

체력이 너무 떨어져 오빠도 괴로워했다.

 

잠들기 전, 오빠는 ‘외국 여행서 사 온 것 같은데 기억도 안 난다. 이것 스카프 맞지?’ 하며

‘어떻게 쓰는 거니 너 가져라,’ 참 어색한 선물을 받았다.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가는 오빠를 동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까만 밤에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내겐 슬프게 들렸다.

 

 

7월 20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집을 나섰다.

6시 30분까지 병원을 가야 했다.

 

밤새 내린 비로 웅덩이가 작은연못을 만들기도 했다.
하늘은 비가 계속 이어질 듯한, 우중충한 상태로 찬바람은 짧은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쳤다.

 

어젯밤 오빠가 준 스카프를 목에 감싸 메며 ‘오빠 이렇게 두르는 거야’ 하며 오빠를 따라다녔다.


버스 타고 40분~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려 하는 오빠지만 작은 조카가 집에까지 데리러 와 병원을 편히 왔다.

 

입구서 간단한 체열을 비롯한 검사 후 통과를 했다.


영상의학과를 찾아 X레이를 찍었다. 다음 2층 채혈실로 올라갔다.
6시 30분부터라 채혈실은 불이 꺼진 상태로 15분가량을 기다렸다.

불 켜지기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대기석에 가족들과 나란히 앉아 대기했다.
우리도 그중에 한 환자이었다.


6시 30분 채혈실 문이 열리며 순서대로 채혈 문진을 했다.
20여 개의 대기석은 순식간에 많은 환자가 메꿔 앉았다.
오빠는 6번째~


지금부터 3시간 뒤에 ‘항암치료가 시작된다’. 고 했다. 해서 이른 시간 오게 되는 거라고~~
그렇게 두 가지 검사를 받고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병원식당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병원 밖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마치고 병원에 다시 들어올 때까지 비는 참아주었다.
오빤 이런 과정을 이 주일에 한 번씩 겪고 계신 것이다.


오빤 대기석에서 세 시간가량 앉아 새우잠을 청하자, 아주 조용하게 소리 없는 안개비가 살포시 내려주었고 난 그 옆자리를 채우며 오지 않는 잠을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오빠와 서너 살 나이 차이가 나는 친정 막내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오빠는 친정 이모가 사시는 수안보에 땅을 보러 다니며 오빠의 건강 소식을 들었다며 조심스러워 오빠에게 묻지 못함을 내게 들으러 전화했다고 했다.


지난 15일 CT 결과를 듣고 향함 치료가 진행된다고 했다.

두어 시간이 지나고 진료시간이 되었다.

 

떨리는 상태로 오빠 따라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와 마주했다.

 

대장, 위, 간, 폐~ 림프에 전이 된 부분이다.

 

의사는 말했다.

대체로 깨끗하게 좋아는 졌는데 미세했던 간은 암세포가 선명해지며 2~3개가 더 생겼네요.

귀를 의심했다.

 

간이 안 좋으므로 체력이 급격기 떨어졌었구나.


오늘은 항암치료를 건너띠고 앞으로 간을 집중적으로 치료한다며 3주 뒤에 다른 약을 쓴다네~

진료를 마친 후, 이곳저곳 안부의 전화가 오자 오빠는 말씀이 많아졌다.
3주 휴가받았다,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오빠의 속은 어떨지~~~

 

오빠 공장에 잠시 다니러 가시고 난 복잡한 머리로 집 안 청소를 했다.

 

저녁 식사 후, 생각이 많아 진듯한 피곤한 얼굴로 ‘운동 나갈 수 없다’는 오빠가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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