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어제 서울 왔음을 알리자 오빠는 오빠 집 다녀가기를 바랐다.
올케는 오리고기찜을 장만해 오빠께 전달토록 했다.
늘 남편에게 잘해라 했던 오빠기에 내가 필요한 일이 있겠거니 하고 기차표도 반환하고 오빠 집으로 향했다.
오빤 ‘건강이 더 안 좋다.’ 하면서도 공장에서 개발하는 제품이 있어 그걸 마치고 싶은 생각에 에어컨 교체로 날 찾은 것이다.
멀리 김해 살면서 늘 안타까워하던 오빤데 그냥 부를 리가 없다, 생각했었다.
쓰던 에어컨은 고장으로 교체 중에 물 빠진 곳에 물이 차 있어서 집에 물난리가 나 있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다행이었다.
에어컨 기사와 바닥을 청소하고 밀린 빨래를 세탁하고 건조기에 넣어 돌이며 오빠를 기다렸다.
청소까지 마치곤 오빤 집에 들어왔다.
두 눈은 오빠의 빠진 머리를 보게 했다.
하지만 건강 이야기는 듣길 원하지 않았기에 빠진 머리를 두고 오빠에게 말하진 않았다.
단지 내가 찾은 것은 아무 일 없이 바쁜 오빠를 대신해 에어컨 고장으로 디다 본 동생으로 찾은 것이었다.
귀가한 오빠에게 비트, 하니베리를 비롯해 몇 가지 더 넣고 주스를 만들어 드리고 올케가 보내준 오리찜으로 저녁을 먹었다.
피곤하다며 일찍 자리에 주무시던 오빠는 컴으로 황토집을 구하기 시작했고 난 베개 닛을 줄이며 오빠가 주무시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오빤 황토집을 보게 되었다며 나랑 같이 가보자 했다.
‘그래 가던지 근데 비로 갈 수 있겠어?’ ‘아 그렇지 안 되겠다. 천천히 더 찾아보자’ 하시며 폭우가 쏟아지는 까만 밤이 돼서야 오빠는 ‘나 잔다’ 며 안방에 들어가셨고 나도 조용히 눈을 감고 비 오는 소리에 잠이 들었다.
8월 2일
비는 거침없이 멈출 줄 모르고 내렸다.
난 안과(백내장 치료)와 치과(임플란트 예약)를 가야기에 오빠 집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건강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서두르는 개발품으로 바빠하는 오빠의 모습을 남겨 두고 김해로 내려와야 했기에 안타까운 마음만을 안고 내려오고 말았다.
나를 배웅해주는 오빠 앞에서 눈물이 흐르려 해서 간신히 참으며 안양역에서 오빠를 남기고 전철에 올랐다.
오빤 내게 ‘애썼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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