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17일
10월 14일 오전 11시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구포역 기차에 올랐다.
도롯가는 가을이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코로나로 가을을 즐길 사이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기차 역내 벤치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영등포역이 아닌 수원역에서 내려 오빠 집 가는 방향의 전철에 올라 잠시 막내 올케와 통화를 하곤 아무 생각 없이 하차 역을 지나고 영등포까지 가고 말았다. 당황하며 내려 침착해야지 하곤 다시 전철에 올라 오빠 집에 도착했다.
공장 일로 오빠 자신의 건강을 뒤로하곤 강원도 양구에서 내려와 계시기에 나는 올라오게 된 것이다.
오빠는 퇴근 전이였다. 급하게 저녁을 지으며 오빠를 기다렸다.
멍 때리며 (넋 놓으며) 전철을 두 번 갈아타는 어이없는 행동을 민망했지만 말씀드렸다.
‘너도 나이를 먹는 게로구나.’ 하셨다.
주무시기 전, ‘낼 아침 6시 반에 갈 건데 산에 갈래?’ 난 ‘네’ 했다.
10월 15일
6시 11분 알람보다 오빠가 깨워 일어났다.
오빠가 사는 곳은 뒷문 쪽이 유원지와 이어져 있어 김해 해반천과 같은 느낌이었다.
동이 틀 때를 기다리면 6시 30분쯤이라며 그 시간에 나가신다, 했다.
아침에 산행하는 곳은 관악산 둘레길로 1시간 거리, 1시간 30분, 2시간 코스로 3곳이 여러 곳이라며 건강상태에 따라 산행을 한다, 했다.
오늘은 1시간 30분 코스로 잡으며 오빠가 선두를 지휘했다.
제1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경은 안양시가 다 보이는 듯했으며 높은 곳, 국기 봉의 국기는 희미하게 보이고 그곳까지는 가지 못했다.
허리통증이 나대기 시작했지만, 긴 호흡을 내쉬며 말없이 오빠 뒤만 졸졸 따라 9,816걸음을 걸었다.
그런데도 찬바람 없는 아침 맑은 공기는 차라리 상쾌했다.
10월 16일
오늘 아침은 5시 50분에 맞춰 놓은 아람에 잠이 깨었다.
6시 10분이 되자 오빠의 인기척이 들렸다.
'오빠 나 인 났어~'
'밤새 안 추었냐?' 멋없이 한마디를 건네고 각각 운동 나갈 채비를 했다.
커다란 방에 덩그러니 있는 큰 침대에 전기장판 얹어주어 덕분에 따듯하게 잘 잤는데~ 오빠 건강이나 걱정하지, ‘오빠 몸은 어때?’ 물으면 딱, 한 마디 ‘안 좋아’ 그러면서도 동생만 챙긴다.
오늘은 공장에 천안서 거래처 손님이 오기에 짧은 거리를 걷기로 했다.
허리통증이 나댔지만, 조용히 오빠 뒤를 따르면 초등학교를 지나 작은 금강사를 거쳐 제법 오래된 안양사까지 돌며 내려왔다.
각각의 법당이 궁금했지만 이른 아침이어서 법당을 들어가지 않았고 합장으로 예를 올리며 돌아섰다.
10월 17일
새벽 5시 58분~
자동으로 눈이 뜨였다.
오빠가 기다리지 않도록 이부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나 운동 갈 준비를 했다.
오빤 서두르는 내게 '밝으면 나가자' 했다.
'바쁜 것도 없는데 어둠을 뚫고 나가면 다친다'며 6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을 빠져 나왔다.
오늘도 다른 관악산 둘레길로 산에서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는 '망해암'을 안내했다.
높지 않은 곳에 자리한 망해암 둘레길은 오르고 내리는 길은 완만했지만, 돌산으로 돌 폭이 좁고, 넓고, 깊고, 낮고~ 내 두 발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곳은 해돋이, 해넘이가 예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허리통증이 따라 다녔지만, 오빠 통증만 하겠나 싶어 오빠 뒤만 졸졸 따랐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 LA갈비 찜으로 감잣국을 끓여 아침을 먹고 오빠 집 올 때 실수를 걱정해서인지 수원역까지 오빠의 배웅을 받으며 기차에 올랐다.
내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농가는 누런 벼가 익어 어느샌가 가을에 도착해있었다.
돌아오는 김해 버스 내에는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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