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오빠간병 3일째

건강미인조폭 2020. 12. 3. 13:08

12월 2일

새벽4시가 되자 환자들은 하나둘 잠에서 깼다.

그도 그럴 것이 칠십대 노인들이 입원해 있는 암 병동이기에 남 의식 않고 제집인 냥, 소리 내며 깨어 있었다.

 

견디다 못해 4시 40분이 되어 오빠도 잠에서 일어났다.

앞에 있는 50대는 기척 없이 누워있었다.

간호사마저 퇴원 자를 위해 퇴원절차를 설명하며 주변 환자들까지 깨웠다.

 

다시 잠든 난 6시30분쯤에 완전기상을 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 오빠도 깼다.

오빤 괴로움을 여전히 참으며 움직여보려 애썼다. 결국 통증에 지고만 오빤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에 오빠가 바라던 작은 양의 죽으로 곡기가 나왔다.

평소에 '사람은 곡기가 들어가야 힘쓴다.' 라고 말했었다.

 

그런 오빠가 선하품으로 죽을 맞이했다.

'먹기 힘들겠다. 치워라'

'그래도 국물이라도 먹어봐'

요구르트를 잡고 마셨다.

수저를 들더니 죽 한 수저를 뜨고는 ‘안 넘어간다’며 헛구역질을 했다.

나박김치라도 마셔보라고 권했다.

한 모금하곤 아침은 끝이었다.

내게 먹으라. 권했다

먹고 싶지 않았지만 평소 다정한 오빠가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난 눈물에 말아 먹고 말았다.

 

의사가 왔기에 상황설명하고 영양보충을 어찌하랴 물으니 의사도 이상하다 는 듯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 보자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오빠 힘없이 잠만 잤다.

 

오후 2시 퇴원이라 사물함을 열었다. 응급실에서 올라온 하얀 비닐가방에 오빠의 옷가지들이 그대로 싸여있었다. 구겨진 주름을 펴보려 툭툭 털어 옷걸이에 걸며 조용히 짐을 쌌다.

 

의사가 오빠 상태를 설명했다.

의사의 말이 꿈이기를 연기와 같이 사라지기를 희망해 본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지정교수 박영석은 보지 못해 아쉬워하며 퇴원으로 병실을 나설 쯤 별 답은 없었지만 보게 되었다.

 

춥다. 마음도 몸도~

 

퇴원을 하며 작은 조카는 오빠를 집으로 모셔왔다.

집에 왔어도 괴로운 표정을 감추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렇게 오빠 집에 도착해 병원서 오빠가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며 저녁 준비를 했다.

그리곤 ‘오빠 씻겨줄까?’ ‘귀찮다 그냥 나둬 좀 쉬자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다~’ 안방으로 들어가 퇴근 후 큰 아들(조카)의 방문에도 인기척은 한동안 없었다.

 

밤9시가 될 쯤, 국물 있는 음식을 찾으며 가벼운 국물식사를 마쳤다.

 

오빠 공장과 집 문제를 이야기하며 ‘이병이 이렇게 무섭고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내가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한다’ 며 속내를 털어내며 오빠와 까만 밤을 길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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