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오빠는 8시에 ‘밥 먹자’ 하며 방문을 열었다.
깨어 있었지만 생각이 많은 듯했다.
9시에 약을 먹고 내가 만든 검정 콩 주스를 먹어주었다.
그리곤 한참을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속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
9시 30분경 오빤 내게 ‘너는 먹었어?’ ‘오빠가 먹어야지’ ‘그냥 먹지’
그렇게 해서라도 같이 먹고 싶었다.
힘겹게 파래굴죽을 먹었다.
그리곤 오빤 ‘낙지 죽 먹어볼까!’ 했다. 해서 점심은 낙지로 죽을 끓일 생각이다.
낙지를 준비하고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익혀 비슷하게 끓여냈다.
나름 맛있게 되었지만, 중요한건 오빠가 드시질 못했다는 거다.
점심 무렵, 장조림, 연근부침, 명란젓, 나박김치 등 몇 가지 반찬을 영등포에서 올케가 해왔다.
낙지 죽은 오빠 몫을 전기밥솥에 보온을 해두고 올케와 조용히 먼저 먹었다.
에고~ 같이 먹으면 좋으련만~~~
올케가 가져온 식품건조기에 말린 단감을 커피와 마시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 4시경 퇴근하는 동생은 올케와 영등포로 향했다.
저녁 5시 반경, 큰조카 부부가 왔다. 즉 오빠의 큰아들인 샘이다.
사실 큰 질부는 다음 달 중순경이 예정일로 배불뚝이 산모다.
이 애들은 신형 녹즙기와 단 호박죽을 끓여왔다.
평소에 생즙을 먹던 오빠에게 편리한 녹즙기를 선물한 샘이지만.....
아이들이 누워있는 오빠에게 인사를 해도 ‘쉬고 싶다’는 말만했다.
난 조카부부에게 파래전과 함께 낙지 죽을 저녁으로 먹였다.
돌아가려는 질부를 부르던 오빠는 ‘아비가 아프니 어쩌겠냐. 담달에 순산하렴.’ 하며 두둑한 봉투를 전달했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한참후인 밤9시 40분쯤 오빤 낙지 죽을 먹었다. 그것도 반 그릇 뿐이 먹지 못했다.
‘내 공장은 남겼지만 6개월만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하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밤이 되었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나도 힘든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