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간병 8일째

건강미인조폭 2020. 12. 8. 09:22

12월 7일

아침 6시 30분 알람에 의해 눈을 떴다.

하지만 난,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오빠가 오늘은 어떤 걸 해드리면 드시려나, 맘속생각을 할뿐이었다.

 

어젯밤 갈아놓은 식탁위의 당근주스가 다행이도 비어있었다.

 

틈틈이 음식을 먹어보려 애쓰는 오빠를 위해 주방으로 향했지만, 인기척 없는 오빠의 기상 시간에 맞추려 컴에 앉아본다.

 

8시경 안방 문이 열렸다.

‘공장에 가봐야 해’ 했다. 그 몸으로 어찌하려고~~~

 

난 말없이 주방에서 찹쌀과 멥쌀, 옥수수까지 갈아 미역귀를 삶아 간 물에 낙지를 다져넣고 밥을 했다. 아니 정확히 죽을 끓여냈다.

 

먼저 약을 먹고 30분 뒤에 식사를 하신다.

밥그릇 앞에서 움직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인생이 억울하지도 않는지, 그냥 맑은 공기 마시며 쉬면 좋으련만~~~

 

큰조카의 도움으로 공장으로 떠나셨다.

난 그사이 집 청소를 하고 샤워를 마치며 오빠가 먹을 만한 음식을 컴에 앉아 뒤적인다.

 

두 시경 돌아온 오빠는 '점심 먹을 곳이 마땅하지 않아 왔다'며 '점심 먹자'했다.

‘에고 연락 좀 하지.’ 점심 준비하며 3시가 넘어 드리게 되었다.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데 늦는다.’ 재촉했다.

 

저녁이 되자 작은 조카가 호박죽을 끓여왔다.

 

오빠는 침대에서 미동 없이 누워만 계셨다.

작은 조카는 크론슨 병을 앓고 있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완치가 안 돼, 음식 조절을 하며 먹고 싶은 음식만 아니 소화되는 음식을 먹는 듯했다.

 

난 작은 조카에게 말했다.

‘아버지 인생이 억울할 것 같지 않니?’

‘뭐가 억울한데요.’ 그 한마디에 오빠가 더 불쌍해졌다.

 

조카는 오빠 공장에서 잦은 화장실 이용으로 야간에 일을 돕도록 했다고 한다. 조카가 출근시간에 일어난 오빤 공장 일을 잠시 이야기 한곤 출근시켰다.

 

밥그릇에 한 그릇을 드리면 부담스럽다며 ‘조금씩 여러 번 먹자’ 해서 난 반 그릇이 안 되는 양의 죽을 주고 있다.

호박죽을 드시곤 ‘너무 달다,’ 했다. ‘더 먹어보자’ 하며 아침에 끓여 놓은 낙지 죽을 반 그릇씩 두 번을 드셨다.

‘강제로 라도 먹어 본거다.’ 이 저녁에 한 그릇을 먹은 샘이다. 그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 여행 >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병 10일째  (0) 2020.12.10
간병 9일째  (0) 2020.12.09
간병 7일째  (0) 2020.12.07
간병 6일째  (0) 2020.12.06
간병 5일째  (0) 20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