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간병 7일째

건강미인조폭 2020. 12. 7. 07:41

12월 6일

오빠와 어렵게 식탁에 앉았다.

식사하는 건 오빠에게 전쟁 같은 일이 되었다.

 

식탁에 멍하니 앉아있던 오빠는 ‘내가 왜이러니, 이병이 밥상 앞에서 이렇게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구나.’

내일 공장에도 나가봐야 하는데, 하며 식사는 전혀 못하고 있었다.

 

난 오빠에게 ‘이대로 가는 거 억울하지 않아, 이제 오빠를 위해서 보내야 되지 않을까?’

 

오빠는 ‘쉰다고 맘이 편하겠니? 그냥 일하다가 가나, 누어 있다가 가나, 마음 편한 데로 해야지. 여행도 해외여행을 비롯해 가보고 싶은데 많이 가보고 해서 원이 없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잘 먹었니, 근데 이렇게 못 먹고 생을 마감해야 되겠니? 2~3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아니 단 6개월만이라도 살고 가면 미련이 없을 것 같은데......’

 

난 할 말이 없었다.

 

검정콩주스를 마시고 30분쯤 후에 식탁에 다시 앉았다.

단 호박죽 앞에서는 반 그릇과 시름을 하며 된장국물 한 수저, 물김치 국물 2수저 김치 한 조각, 감자볶음 3수저, 연근 한 조각이 전부였다.

 

겨우 수저를 놓으며 낙지 죽 먹자 했다.

난 낙지를 구매하기 위해 바삐 마트를 다녀왔다.

 

그리곤 난 미역귀와 감자를 삶고 갈고, 찹쌀과 멥쌀도 갈고, 옥수수도 한 알 한 알 떼어내어 삶아 갈고 낙지도 손질해 삶아 자르고 참기름 두르고 미역귀 낙지 죽을 완성했다.

 

맛있었다. 하지만 오빠가 먹어줄지~~~~

 

‘오빠 맛있어, 나 이러나 죽 달인 되겠어, 어서와 드셔봐’

‘그래’ 하곤 식탁에서 또 한참을 앉아있던 오빠는 2~3수저를 들고는 수저를 놓고 말았다.

 

그래도 오빠를 위해서 당근주스를 갈았다.

 

갈고 돌아서니 오빠는 컴퓨터방으로 들어간 후였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시기에 컴을 다루는 건 예사지만, 살며시 컴 방을 들여다보니 오빤 심각했다.

 

어떡해야 하는 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남편과 통화를 했다. ‘여보, 나도 힘들어 나름 인터넷 뒤져가며 죽을 끓이면 먹는 시늉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오빠도 안 먹는 밥을 혼자 먹기도 어렵고, 내가 지쳐가요.’ ‘힘들 거라는 알고 시작했잖아, 그래도 도와드려야지. 많이 힘들면 조카들한테 이야기 하고 내려와 좀 쉬던지!’

 

저녁 8시 지나서 난 냄새를 풍기며 라면을 먹었다.

그럼 냄새라도 맡고 나오려나. 해서이었다. 비겁한 행동이라도 오빠가 식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결국 밤 10시가 되어 한 그릇도 안 되는 낙지 죽을 드셨다.

 

‘스턴트시술도 잘 되었는데 왜 밤 먹기가 힘드냐! 컴을 찾아봐도 이상이 없는데, 암 덩어리가 또 생겼나?’ 하셨다.

 

난 말없이 눈물을 삼키며 ‘그럴수록 더 먹어보려 노력해야지~~’ 더 이상의 말을 무리이었다.

 

서너 수저뿐이 안 되는 죽을 40분가량 드시곤 11시가 되어 식탁에는 당근주스만이 남겨둔 채 ‘나 잔다.’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난 피로가 쌓이는 듯 잠이 쏟아졌다. 나라도 힘을 내야지 하며 오빠가 안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곤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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