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간병 10일째

건강미인조폭 2020. 12. 10. 09:19

12월 9일
늦잠이 들었다.
아침 6시 30분 알람을 듣고 잠이 또 들고 말았다.


7시 20분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와 주방으로 향했다.
오빤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주방에 들어서자 '먹었다'하곤 계속 엎드려 있었다.
그러곤 미동 없이 있던 오빤 30분쯤 후, ‘안 되겠다’ 며 안방 오빠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통증으로 고생하는 오빠를 위해 조용히 안방 문을 닫고 식탁에 앉아 난 비겁하게 커피를 마셨다.


오늘 병원 가는 날로 4시간 전까지는 공복에 가야했다.
해서 7시전에 순두부탕을 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난 늦잠을 잔 것이다.

 

 


난 병원에 함께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곤 누룽지를 끓였다. 검사 후 오빠의 빈속을 채우기 위해 숭늉과 누룽지 죽을 보온병에 따로 준비했다. 거기에 냄새는 나지만 몇 조각의 총각김치 무도 준비하고 병원까지 오빨 모시고 갈 작은조카가 도착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은 환자와 보호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병원입구는 매일 QR코드를 바꿔가며 검사를 했지만, 사실 코로나로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도착해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 혈압과 체중, 신장 등 검사를 마치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벤치로 이동했다. 먼저 미지근한 숭늉을 마셨다. 죽 또한 물게 마시도록 숭늉을 부어 마셨다. 그곳에 서너 조각의 무를 넣어 드렸다. '지금껏 먹은 것 중에 젤 맛이 있다.' 했다.


조카는 ‘늦은 아침을 먹었다’ 했고 나 역시 밥 먹으러 돌아다니기가 싫었다. 아니 위험해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우린 오후 2시50분 진료예약에 맞춰 대기석에서 초조해 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오빠 이름이 불리고 환자와 보호자 1명과 교수를 만났다.

진료상담실에서도 1m 간격을 둔듯했다.

 

‘교수 :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오빠 : 먹는 게 힘듭니다.’

‘오전에 검사한걸 보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건 암이 많이 커져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는 의미 없다. 환자 체력에 따라 항암치료는 가능하겠지만, 가정건강과에 연결하겠다. 그곳 교수와 상담해서 영양제를 맞도록 하자. 3주 뒤에 다시 만나 암의 크기를 보자,’

 

그리곤 상담실을 나왔다. 잠시 후, 보호자 호출을 했다.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오빠입니다’

‘아까 들으셨지만 앞으론 암이 커져 더 힘들 겁니다.’ ‘먹고 나면 헛구역질로 약 먹어가며 먹는데 먹는 건 어찌해야 하나요?’ ‘영양제 주 3회 맞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편히 쉬게 하세요.’ ‘그럼 얼마나 남은건가요?’ ‘그건 환자마다 다릅니다. 체력유지에 따라 오래도 유지되지만, 2개월도 3개월도 될 수 있고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환자 무리하지 않도록 쉬게 하세요.’

 

눈물을 삼켰다. 상담실을 나와 그대로 오빠에게 말씀드렸다.

 

오빤 ‘그래 맞아, 잘 먹어야 되는데, 안되잖니. 허 거참, 내가 왜 이렇게 되었니!’ 그리곤 한참을 고개를 떨어뜨리고 미동 없이 앉아있었다.

 

잠시 후, 가정 간호과 상담실 상담을 받았다. 그곳은 호스피스 역할도 했다. 앞으로 영양제를 맞으며 통증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환자용 뉴 케어 음료를 권했다. 어제 큰조카가 한 상자를 보내왔었다. ‘뉴 케어 당플랜’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좋은 거라 말해주었다.

 

상담실을 빠져 나오다, 난 다시 들어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저도 호스피스 다, 근데 머리가 하얗고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하나?’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돌아오는 차내에서 오빤 ‘고기 먹을까?’ 했다. ‘그래 오빠 소고기죽 끓이고 불고기 해줄게’ 했다.

 

저녁에 소고기 죽에 마늘 다져 넣고 한우를 다져 죽을 끓이고 낙지 넣고 소고기불고기를 했지만 불고기는 먹지 못했다.

 

그리곤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으며 생각에 잠겼다.

 

퇴근하고 큰아들이 다녀갔다.

 

난 ‘소주한잔하고 싶네,’ 했다. 오빤 ‘마셔. 같이 못 먹어서 내가 미안하지.....’

그렇게 까만 밤을 하얗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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