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오빠와 걷기

건강미인조폭 2020. 12. 28. 18:01

12월 27일

일요일, 평소 같으면 산악대장으로 친구들을 인솔하고 친구들을 기다릴 터인데 오늘은 산악부대장 친구가 산에 가기 전에 오빠를 찾아왔다.

나도 잘 아는 우리 때 말했던 오빠의 국민학교 동창이다.

그 오빤 여동생이 간병을 한다는 소식에 ‘친구 돌봐줘서 고맙다, 수고한다.’며 투박한 손으로 포장한 화장품을 전하러 왔다고 했다. 우리오빠기에 당연한 일인데 오빠친구가 고맙다 했다.

 

산에 잘 갔다 오라는 인사를 마치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빠랑 걸었다.

 

오빠 집은 1월 12일 이사, 큰며느리 출산예정일은 1월 14~5일경, 작은아들 이사 1월 21일, 공장 이전은 1월 25일경부터 3개월을 잡았다.

오빠 집은 2018년 연말에 큰집에 혼자살기 외롭다고 이사를 결정하고 9월말 경 집이 팔리게 되었고 공장도 팔리고 공교롭게도 모든 게 팔린 후 11월 말부터 건강이 악화되었다.

아마도 긴장이 풀린 탓에 건강도 나빠진듯했다.

큰아들이 38세, 대표이사 자리에 두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 아픈 몸으로 운영을 한듯했다.

 

오빤 지난해 대장 암 수술을 받고 올해 5월 몇 군데 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열 달만 더 살았으면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되면 공장 이사까지 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혼잣말을 하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들어 또 쓸러지듯 눕고 일어났다 또 눕고~

 

이제 버틸 수 있는 게 운동이란 걸 알지만 몸에서 음식을 잘 받지 않는다.

 

식사는 나박김치국물은 꼭 드신다. 그밖에 물 위주로 그때그때 입맛이 다르지만 곰국이 그나마 입에 맞는 듯 했다. 그 외 암 환자용 음료로 배를 채운다.

 

먹는 게 없으니 힘이 없다. 기운을 차리려 애를 쓰는 모습이 안타가울 뿐이다.

 

난 모질게 말했다

‘오빠 열 달 더 살고 싶다며~. 나가서 조금이라도 걷자.’

...........................

‘그래 따듯할 때 좀 걷자~’

 

어젠, 힘없는 다리로 30분 걸음을 걷고 강인함을 보여주며 노력을 했는데 오늘은 그렇게 운동가자고 보채니 11시쯤 밖으로 나와 15분 걷고 주저앉고 싶다 했다.

 

‘주저앉고 싶다고 조금만 앉자............’

 

결국 공원 벤치에 앉아 5분 정도를 쉬며 코로나로 위험을 무릅쓰고 운동 나온 사람들을 지켜 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기운이 없어 자꾸 주저앉고 싶다는 말만하며 '어쩌냐, 내가 왜 이러냐.!'

말없이 뒤 따르며 또 눈물을 삼키며 따라 들어왔다.

 

짐정리를 하며 버리는 이불은 공장에서 쓰도록 보루(기계 닦는 걸레)를 만들기도 했다.

 

저녁에 큰 조카가 옻닭을 사왔다.

맛있게 먹는 듯, 하더니 ‘건더기 다 건져줄래,’ 그렇게 국물만 남았지만 결국 먹지 못하고 침대에 눕고 말았다.

 

한 시간여 후에 다시 나온 오빠는 ‘속이 편해지면 먹으련다.’ 며 환자용 음료 두 개와 소보로빵을 들고 갔다. 소보로 빵은 오빠가 즐겨먹는 빵이기에 큰조카 사두고 간 것이었다.

 

무엇이라도 먹어보려 애를 쓰니 고맙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니 두려움도 앞선다.

 

햇볕이 내리쬐듯 오빠의 건강에도 밝은 빛이 내리쪼이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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