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2020 마지막 밤을 보내며

건강미인조폭 2021. 1. 1. 22:32

12월 31일

아침에 견과류 죽을 준비해 두었다.

 

‘오빠 나, 김해 내려가면 뭐해 놀까?’

‘김치찌개 해놓고 가렴.’

 

지난밤 오빠께 물어보고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를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끓였다.

다행히 아침에 견과류 죽 대신해서 김치찌개를 맛있게 드셨다.

 

‘곧 큰며느리가 손자를 놓고 백일이 지나면 오빠 생일이네, 오빤 강하니까 그때까진 끄떡없을 거야 그래야 나중 하늘나라에서 언니를 만나도 손자 이야기할 수 있잖아. 김해 내려 갔다 올게.’ 인사를 했다.

 

오빤 나보다 먼저 힘없는 다리를 끌고 공장에 주문한 기계가 완성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친구와 보러 나가셨다.

 

이곳 안양에는 오지 않은 눈이 수원역을 지나가는 기차에 하얀 눈이 묻어있었다.

 

신탄진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라 천안을 지나자 언제 그쳤는지 하얀 눈으로 순백의 눈밭이었다.

 

신탄진역에는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집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청주의 며느리 직장까지 갔다.

그곳에는 안사돈이 준비한 사과 한 상자를 받고 퇴근하는 며느리와 함께 김해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눈이 내렸다.

 

그렇게 아들 며느리와 만나 흰 눈을 맞으며 멍하니 눈밭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오빠 전화가 왔다.

오빤 내게 '넘 심란해하지 마라' 오히려 날 위로했다.

창밖 눈밭을 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흰 눈은 어느샌가 멈추고 어둠이 깔린 도로는 무거움으로 가득했다.

장유식자재에서 만두와 필요한 식자재를 사고 돌아오니 오빠가 보낸 꽃게 5kg이 우릴 맞았다.

 

열흘간 비운 집에서 남편을 비롯한 우리 가족이 먹으라며 보낸 상자를 풀며 오빠께 감사의 인사로 전화를 걸고 게를 찌고 간장게장을 만들었다. 또, 남편은 바다낚시로 잡아 놓은 학꽁치로 튀김을 해서 짧지만,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도 가져보았다.

 

남편과 나는 아들 부부와 한자리에서 ‘올해 가장 기뻤던 것은 태은이가 우리 가족이 된 거며 앞으로 더욱 행복하게 살자’라고 간단한 메시지를 남기며 2020년 마지막 밤을 보냈다.

 

 

'♣ 여행 >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다시 간병으로 오빠 집에 오르며  (0) 2021.01.06
2021 새해 아침  (0) 2021.01.01
울 오빠 어찌하면 좋을지…….  (0) 2021.01.01
오빠와 걷기  (0) 2020.12.28
짐 정리  (0)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