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지난밤 남편과 오빠 집에 올라와 잠을 자며 병원에서 조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고통에 시달리던 오빠가 죽고 싶다고 하고 간병인 쓰고 아들마저 가라고 호통을 치셨다며 연락을 주었다.
난 '고모가 네 아버지에게 도움 드리려 적십자봉사도 탈퇴하며 와있는데 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냐 네 아버지 집 이사로 고모 대신 낼 고모부가 병원 가고 이사 뒤에 고모가 간다고 약한 마음 먹지 말라고 해라.' 조카에게 울분을 터트렸다.
오빤 어느샌가 나를 의지하고 있었고 남편이 간다는 말에 남편의 수고가 싫어서 한 말이란 걸 내가 모르겠는가.
그렇게 남편과 오빠 집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으며 남편은 오빠가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난 내일 이사하는 오빠 집 구석구석을 정리했다.
오빠 방에서 낯익은 상장을 발견했다. 적십자후원 금장 유공장~
나로 인해서 후원했지만, 적십자사에 13년간 150,000원씩의 정기후원은 말기 암 투병으로 2020년 12월로 끝을 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노인들을 위해 후원을 해준 것이다.
후원하는 동안 누이가 적십자 봉사원이어선지 ‘노란 조끼봉사원들을 보면 대견하다.’라고 하며 ‘덕분에 후원하는 동안 즐거웠다’라고 했다.
따듯한 마음을 가진 오빠가 생의 끝자락에 와계신 것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오후 4시 옷가지 정리 중에 오빤 수술실에 들렀다 입원실로 가신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수술을 마치고 회진하는 교수는 '스텐트에 살이 차고 그곳에 스텐트를 다시 심는다.'라며 오빠를 향해 '왜 이렇게 고생을 하십니까?'라고 했단다.
무슨 말인지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어지러운 이삿짐 속에서 내가 챙길 짐을 따로 챙기며 낼 이른 아침 이사에 차질이 없도록 살피고 또 살피며 고인이 된 올케언니와의 추억도 담긴 안양 오빠 집에서 홀로 마지막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