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병실을 함께 쓰는 옆 환자는 코골이가 천둥 같았다.
비 온다는 일기예보 탓인지 허리통증은 더 나댔다.
새벽 4시 오빠의 진통제 맞으며 깬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고요가 흐르는 긴 복도 통로를 성큼성큼 걸었다.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대기실에 앉아 정적을 깨며 티브이도 켜봤지만, 허리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시 복도를 걸으며 '너 없으면 불안하다'라는 오빠를 위해 병실도 들여다보고 다시 돌고 800여 걸음을 걷고는 커피를 타서 마시며 오빠 옆을 지켰다.
날은 좀처럼 밝아지지를 않았다.
이곳을 퇴원하고 지샘병원으로 옮기고 오후에 김해에 내려갈 예정으로 가방을 싸고 아침 미음을 드신 오빠에게 오늘 가면 며칠 있어야 하니 5분만 기운 내고 머리부터 닦아 줄게.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오빤 ‘너 가면 난 어떡하니?’ ‘오빠, 며칠만 다녀올게’
난 며칠 김해에 다녀와야 했다.
병원 입원 절차를 밟고 있을 때쯤, 울 아들이 외삼촌 문병을 왔다.
오빤 내게 ‘공장 이전하고 조카 박사한테 차라도 선물하마~’
‘오빠 차는 말고 박사학위 받을 때 같이 가야지’ 했다.
그렇게 맘 씀을 갖은 분이기에 기운 있을 때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아들과 집밥 같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개인택시를 하는 남편 친구가 이곳 삼성병원까지 손님을 모시고 온 탓에, 난 기차표를 반환하고 아들을 남겨 두고 편안하게 택시를 타고 김해에 내려왔다.
오는 내내 머리에 ‘너 가면 난 어떡하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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