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오빠도 없는 빈집서 깊은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6시 눈을 떴다.
병원에서 이 시간이면 간호사들이 혈압 재느라 시끌벅적한 시간인데, 오빠의 컨디션은 어떨까. '귀찮아 잠 좀 자자' 하며 비협조적일까, 협조할까.
7시 세탁기를 돌리고 별 입맛은 없지만 밥 한수를 떴다.
샤워를 마치고 냉장고 음식정리를 했다.
오빠 집을 이사하고도 와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니.......
한쪽 구석에는 꾸지뽕, 배/도라지즙, 천년초, 흑생강, 알로에 등 건강식품들이 잔뜩 선물도 받고 만들어놓기도 하고........
냉장고에는 상황버섯, 능이버섯, 동충하초, 하니 베리. 마리골드, 잔대 도라지청 등이 쥔장을 기다리는데.......
늘 낮은 층에서 생활하다 꼭대기 층에서 살게 되었다고 자랑하셨는데 과연 오빠 집에 오빠가 돌아올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만이 흘렀다.
컴퓨터를 켜고 밀린 블로그 일기를 써 내려갔다.
그리곤 피로를 풀기 위해 잠자리에 또 누웠다.
오빠가 계신 병원과의 20분 정도의 거리에서 쉬는데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래도 구정 쉬고 병원가면 허리에 힘주고 돌아가실 때까지 친정 부모님께 못 다한 간병을 할 것이다.
남편의 전화는 '쉬면서 밥은 챙겨먹느냐' 오히려 걱정해주었다. 더 미안해진다.
없는 입맛을 누룽지탕으로 간단히 저녁을 대신했다.
이곳서 몸은 쉬어도 낼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을 가야 마음이 편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