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DNR- (소생불가)

건강미인조폭 2021. 2. 2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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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집서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더 자야지 하고 다시 눈을 뜬 시간은 5분전 6시다.

 

잠자리에서 무엇부터 할지를 생각했다. 몸은 좋아진 듯 했다.
이곳에 있어도 병원 상황을 잘 알기에 병원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빴다.


빨래로 요 매트부터 걷어서 준비하고 아침으로 가져온 누룽지탕을 물을 끓여 부었다.
누룽지가 불을 동안 오빠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도 방문하고 집 정리를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버스정거장에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젊은 아가씨가 '이불보따리를 보고 묻는다며 어디 가냐'고 물었다.

그 아가씨는 병원 입구에서 코로나 발열 체크하는 알바 생이었다.

덕분에 오천 원 나오는 거리를 이천 원만 주고 병원에 도착하는 행운을 얻었다.

작은 조카가 오빠를 안아 일으키고 눕히며 애쓰고 있었다.
지난 밤, 진통제 대신해 수면주사를 맞고도 앉았다 누웠다 반복하며 밤을 지세 우셨다고 했다.
이동침대에 의해 진행 상태를 알기위해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야하는 어렴이 있었다.

오전 회진하는 담당과장은 보호자를 밖으로 손짓으로 불렀다.

작은 조카와 난 병실 밖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콩팥이 많이 안 좋습니다. 숨도 거칠고 가족 분들 마음에 준비하시고 이번 주말로 잡습니다.

혈압 떨어지면 처치실로 옮길 겁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큰 아들과 가족들에게 알렸다.

마당발이었던 오빠의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온몸이 아프단다. 왜 안 그럴까. 누우면 눕는 쪽 다리와 손발이 붓는걸. 마사지를 해주려 손을 대도 아프단다.

 

대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가면서도 여동생이 힘들 거라는 걸 의식하고 한걸음, 한걸음 힘을 내주었다.
화장실 결과는 보지 못했지만 뒤처리마저 누이에게 시키지 않았다. 비데 세정과 건조를 하고도 시원하지 않아 일어시지를 못하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누이동생을 위해 힘든 걸음을 침대로 옮겨주었다.

울 오빠 어찌 보내야 하나? 이런 일들을 먼저가신 친정 부모님과 올케 언니는 오빠가 곧 그곳을 간다는 걸 알고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실까?’

 

심란하기만 하고 머리에선 보내라는데 마음에선 놓아주질 않는다.

축 늘어져 거친 숨을 쉬는 얼굴을 보려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점심시간 후 2시간 반 만에 진통제를 맞고 오빤 잠이 든 듯 했다.

옆에서 나도 낮잠을 청했다.

두 시간 가량 오른쪽으로 잠을 잔 오빤 얼굴마저도 오른쪽이 부어 있었다.

 

오후 3시경 오빠 회사를 도와주는 용국 오빠가 다녀갔다.

이 오빠가 오면 귀찮아도 눈을 떠 반기든 오빠였는데 고개만 끄덕일 뿐 잠을 청했다.

용국 오빠가 간 뒤, 4시경 수간호사가 오빠 머리맡과 손목환자팔찌에 스티커를 붙이고 갔다.

 

-DNR- (소생불가)
환자 힘들게 하지 말라는 표시란다.
임종이 다가옴을 알리는 표시다.

오빤 마지막 추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 병원에 입원을 하며 모든 친구들에게 병원에 입원하니 전화를 정중히 사양한다.’ 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산악 회장이었던 오빤 총무에게도 전화를 끊고 받지를 않아 이제야 찾아 왔다고 하며 눈물을 지었다.

거래처 사장이며 초등동창도 다녀가며 눈시울을 적셨다.


퇴근한 큰조카가 다녀갔다. 큰아들에게 할 말이 있는 듯해서 자리 피해줬더니 자더란다.

지난 주말 아버지와 함께 있던 큰조카는 거친 숨을 쉬고 있는 아버지 모습에 이틀사이에 왜 이렇게 되셨냐고  '아버지~ 동생 걱정마세요. 제가 잘 보살필게요.' 눈시울을 적시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병실을 나갔다.
조카가 병실을 떠나고 얼마 후 오빤 큰애 이름을 불렀다.
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통화시키며 안정을 취하고 낼 일찍 오라했다.

 

그런 모습에 임종이 가까워 오는 듯 겁도 나지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빠의 이사한 집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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