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입원 한 달째

건강미인조폭 2021. 2. 2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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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머문 지도 한 달이 되었다.
그런데도 오빤 우리들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젠 진통제도 싫다며 알 수 없는 손짓으로 어딜 가자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 가는 길이 험난한 듯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답답한 몸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침대에서 보호자침대로 옮겨 자기도 했다.

 

오빤 간이침대로 여러 번을 옮겨 자는 것도 아플 텐데, 내 허리통증은 더 나대며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오빠를 침대로 옮기지 못해 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빠 미안해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이번엔 오빠를 못 옮기겠어.'

 

오빤 빤히 쳐다보다 간이침대에서 한참을 자다가 결국 간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며 어려운 아침을 맞았다.

 

점심은 막내올케의 방문으로 불고기전골과 매운 순두부찌개를 각각 먹고 나른한 오후를 올케와 보냈다.

신경외과 원장은 오후 수술로 허리 진료를 받지 못했다.

 

숨이 거친 오빠를 위해 배에 찬 복수라도 빼면 숨쉬기가 쉬울 것 같아 내일 하도록 했다.

오후, 오빠의 막내 처제가 다녀갔다.

 

고인이 된 올케언니는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처제들의 금전적인 문제를 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암의 주범인 스트레스로 급성위암 말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오빠까지 도움을 주었어도 큰 처제는 오빠 돈을 꿀떡~ 지난일이니 여기까지만 하고~

해서 조카들조차 특히 큰조카는 처제들과의 인연을 끊고 산다.

오빤 고인이 된 언니를 봐서 인연을 엮어 주려하지만 오빠 역시 왕래를 탐탁해하지는 않았다.


오빠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잠자는 한 시간 가량 울며 지키던 막내처제를 잠에서 깨자 어설 피한 말투로 호통을 치며 내보냈다.


그렇게 처제를 보내고 오빤 입가심의 가글을 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남편의 전화가 걸려왔다. 임신초기인 우리며느리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걱정을 삭히며 한참 뒤에 아기도 산모도 괜찮다는 전화를 받고 며느리도 놀란 가슴을 하루 병가로 쉬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허리통증으로 올 저녁은 오빠 집에서 자기로 하고 야근하는 작은 조카를 불렀다.

조카는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초밥을 배달해주었다.

 

초밥은 양이 엄청 많았다. 그럼에도 그걸 다 먹고 허리 찜질을 하고 깊은 잠을 잤다.

 

오빤 답답함을 보호자 침대로 옮기며 잠을 잤고 도움을 받으며 옮겨 지기도 했다.
올케와 먹은 점심
저녁 작은 조카의 깜짝 선물,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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