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나의 일상

‘임종이 다가오네요.’

건강미인조폭 2021. 2. 2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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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소파에서 지난밤을 보냈다.

 

그제 오빠 집에서의 두려움으로 하얗게 지세웠지만 소파의 불편한 잠자리는 공포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함께 입원한 환자에 의해 병실 문은 열려 있어, 오빠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작은조카도 잠을 설친 듯 폰을 만지며 간이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병실 밖에서 지켜만 보고 다시 휴게실로 돌아와 블로그 일기를 써내려가며 아침을 기다렸다.


병실, 찡그린 오빠의 모습은 악몽과 싸우는 표정으로 읽어본다.
옆에서 오빠와 이야기로 재잘거리면 '애만 오면 시끄러워'했던 오빠의 목소리라도 이젠 듣고 싶어진다.


새벽 6시가 되자, 작은조카 딸내미가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단다. 조카가 내려가고 손녀를 보고 싶은 맘에 내려갔지만 너무 울어 약 처방만 해서 돌려보냈다고 했다.


병실에 들어오자 다시 두려운 공포가 느껴졌다. 병실 2중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오빠를 보내야 하는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정에 오면 나의 고민을 들어주며 퉁명스럽지만 든든한 해결사였는데 이젠 어쩌나?’하는 두려움에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내편의 친정이 없어지는 건가, 이젠 외로운 외톨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동생도 있지만 교통사고 이후에 우리에게 의지할 뿐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친정은 아니었다.

한방치료로 허리통증을 받고 올라왔다.
다행히 아침 회진시간에 늦지 않았다.

 

회진하는 담당과장의 말이다. '임종이 다가오네요. 괴로워하면 진정제(몰핀) 쓰도록 하고 영양제, 비타민, 수액 등 아무약도 쓰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몸도 맘대로 못하고 미세하게 괴로운 몸부림을 쳤다. 간호사가 다녀갔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몸부림을 치셨다.

공장의 바쁜 큰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 있나요(속으로 무슨 일은 아버지 일이지~ 외치고 싶었지만 느닷없이 공장인수 받아 홀로 동부서주 하는 걸 알기에 홀로 몸부림치는 오빠를 감당하기 겁나고 힘들었다.) '점심시간에 아버지 잠시 보고가라' '' 그리곤 배식되는 점심을 피할 수가 없어 오빠 앞에서 그냥 먹었다.

 

옆방환잔 임종을 한 듯, 장례사들에 의해 모셔나갔다.

 

오빠 오후시간 내내 몸부림의 고통시간을 보냈다.
악몽 속에서 울부짖기도 하고 누군가를 무거운 팔로 잡으려 애쓰기도 했다
난 할 수 있는 건 간이침대에서 애석하게도 소리 없이 눈물 흘리는 일이 전부였다.

 

저녁 6시경, 일어나겠다는 손짓에 간호조무사의 도움을 받아 침대를 세워 앉혀드렸다.

오빤, 우리에 소리를 다 듣지만 오빠의 목소리는 우린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얼마 후 큰조카가 왔다. 큰조카와 오빠를 편히 뉘어드렸다. '아버지가 왜 이렇게 마르죠? 묻고 싶고 할 이야기가 많은데' 난 스마트 폰 메모를 통해 글을 써서 (호중아~ 좋은 이야기 만 들려 드려라)조카가 볼 수 있게 했다.

하곤 '연제(아기) 모유 잘 먹니? 많이 컸겠다.' 했다. ', 잘 먹어요' 하곤 바로 연제(손자)와 영상통화로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게 했다.

오빠는 안아보지도 못한 손자기에 암으로의 통증 속에서도 눈을 뜨며 오래보려 애썼다.

 

그리곤 조카는 '공장 운영한달 해보니까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알게더라고요. 그런 만큼 아버지부터 저와 손자 연제까지 3대가 이어갈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아버질 존경합니다. 동생걱정도 마세요. 가족이라곤 동생 하나뿐인데 잘 보살필게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조카가 가고 오빤 호흡이 더 빨라졌다. 간호사를 불러 체온을 쟀지만 36.7°. 큰조카에게 전화하고 폰에 저장 된 손자 연제의 동영상을 받아 오빠에게 보여드렸다.


오빤 기저귀에 손이 갔다. 어제 바꾼 소변관이 또 셌다. 작은조카는 병원 다와 간다지만 30분이 지나도 도착 되지 않았다. 허리복대를 차고 기저귀를 갈아 드리고 환자복바지는 다리에 걸쳐만 놓는 힘겨운 전쟁을 치렀다.

 

오빠만큼은 아니어도 허리가 너무 아팠다. 땀범벅이로 진정을 취할 쯤, 밤 9시가 넘어 작은조카가 왔다.

허리만 안 아파도 할 수 있는 것을~ 조카가 서운했다.

 

10시 조카에게 맡기고 허리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난 휴게실로 자리를 옮기며 '오빠~ 아들하고 주무셔. 난 옆에 휴게실서 잘게'하며 손을 잡고 돌아설 쯤, 손을 잡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 안 가, 병실 옆 휴게실서 잘 거야. 낼 아침에 머리부터 등까지 닦아 줄게. 편히 주무셔.'

하곤 휴게실에서 병실을 자주 들여다보며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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