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작품, 여행(남편산행)

초록 잔디의 자유

건강미인조폭 2021. 8. 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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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의 소나기 소식을 접하며 끄무레한 날씨에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며 경주로 향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비가 차창을 두드렸다. 오늘의 일기예보는 맞아떨어졌다.

 

가랑비를 맞으며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얼마 전 지인이 소개해준 경주의 화랑의 언덕이었다.

 

꾸불거리는 길을 길~~~게 올랐다.

얼마를 올랐을까? 1인 입장료 2,000원씩 6,000원을 주고 더 올랐다.

 

화랑의 언덕 : 경북 경주시 산내면 수의길 601, (구 주소) 산내면 내일리 산 260-6

아무도 없는 비가 오는 조용한 산길은 주부들의 자유공간이었다.

 

화장도 하고 선글라스에 나름 멋들을 부린 차림은 비로 추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자유부인들은 들에 풀어놓은 망아지와도 같았다.

육십 중반의 나부터도 허례허식은 통하지 않았다.

비를 맞으면서도 좋아 이렇게 저렇게 아무 곳에서나 자세를 취하곤 했다.

 

가는 비로 변한 비는 도착한 내내 멈추지 않았고 우리도 오르는 길을 멈추지 않았다.

 

주차하고 먼저 만난 것은 외출 나온 한 마리의 아기돼지였다.

관광객 등에 의해 먹이를 먹어서인지 새끼돼지의 배는 자기 몸통만 했다.

신기함에 셔터를 누르자 새끼돼지는 강아지처럼 배를 하늘로 향하며 바라당~’ 눕기도 했다.ㅎㅎㅎ

 

두리뭉실해진 새끼돼지의 신기함도 잠시, 비를 뚫고 관광을 시작했다.

새끼돼지를 뒤로하고 오르자 돼지우리가 보였다. 발소리에도 돼지들은 우르르 몰려왔다.

 

그곳에 쓰인 데로 준비되어있는 함에 천원을 넣고 우리 안에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자 먹이를 먹으면서도 더 달라고 소리를 냈다. 비는 점점 거세졌다.

그 옆에 여러 색의 코스모스가 화려한 자태로 피어 있었다. 그걸 무시할 우리가 아니었다.

우린 비를 맞으면서도 각자 개인 사진 포즈에 취해있었다.

 

친구들은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고치고 했지만 금방 비로 엉망이 되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셔터를 눌렀지만, 친구들은 그런 날 용서 안 했다.

 

초록의 잔디 위에서 비를 맞으며 나를 펼쳤다. 고삐풀린 망아지여도 좋았다.

 

초록의 푸른 잔디 위 곳곳에 조형물이 있었지만, 맘껏 다니지는 못했다.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비를 피하고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작은 우산 하나로 의지했던 우리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그곳을 내려오는 길, 관광객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한 대, 두 대 오르기 시작했다.

 

김해 들어서니 내 차는 엉망, 하늘은 멀쩡했다. 주차장에 들려 세차까지 마치고 자장면을 먹자던 우리는 엉망인 몰골로 음식점 들어가는 건 무리였다. 그냥 각자의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자유부인들은 나름의 행복한 자유공간에서 양 갈래 여고생인 양 좋아하며 각자의 폰에 저장된 사진을 간직하며 골고루 다니지 못한 그곳은 다음에 다시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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