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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보름달

건강미인조폭 2024. 9. 1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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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아침, 우리 가족은 늦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도 남편은 일을 나갔다.

 

아들은 늦게까지 잔다고 했기에 그러려니 하고 자도록 했다.

아들이 자기에 난 소리를 내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컴만 잡고 이런저런 잡다한 걸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전 내도록 잠을 자던 아들은 일어나 집 안 청소를 해주었다.

그사이 난 집안 이곳저곳에 안부 전화를 드렸다.

다들 별일 없이 행복하고 건강한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고 고마웠다.

 

생뚱맞게 난 떡볶이를 했다. 칼칼한 게 먹고 싶었다.

추석 아침 밥상은 토란국이 아닌 뼈 없는 갈비찜을 아들에게 해주었다.

 

떡볶이와 갈비찜을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자 아들은 밖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자 제안했다.

 

길 건너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카페는 복잡했다. 아침을 해 먹고, 혹은 제사를 모시고 잠시 쉬러 나온듯했다.

우린 커피를 마시고 손자가 좋아하는 음료까지 주문하고 아들과 조용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친정 올케가 20일 후면 환갑을 맞는다. 올케에겐 친구 같은 딸이 있어 동생 집은 딸내미가 행사를 주도하며 늘 화기애애한 편이다.

 

조카딸은 엄마 환갑 생일에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를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아들은 추석 연휴를 마치고 출근해서 호텔을 알아보고 조카딸과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저녁을 돼지고기 주물럭으로 해 먹고 아들은 앱을 통해 밀리는 고속도로를 살피고 저녁 7시경 오른다고 했다.

난 저녁을 먹지 않고 아들이 필요할 만한 몇 가지를 챙겼다.

 

그리곤 아들은 고속도로를 향해 세종으로 올라갔다.

아들의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난 연지공원을 돌았다.

 

얼마나 돌았을까? 둥근 보름달이 보였다.

걷던 사람들은 들고 있던 폰으로 달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고 찍고 있던 보름달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그리곤 보름달을 향해 가족의 행복을 빌었다. 제발이라고 하며 간절히~~~~

 

더위에 땀범벅으로 땀을 흘리며 보름달이 눈에 뜨여 사진을 찍는 순간 어지럼증이 생겼다.

저녁을 먹지 않은 탓인 듯~

걸음을 멈추고 돌아왔다.

 

어지럼증이 심해지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걱정되었는지 남편은 마중을 나와주었다.

집에 들어와 고프지도 않은 배 둘레를 허겁지겁 채웠다.

이런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먹지 말아야 하는 술도 마셨다.

 

널찍한 고속도로를 달려 밤 10시 반경 아들은 무사히 도착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아들이 다시 행복을 찾기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