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세종서 아침을 맞으며 출근하는 아들의 뒷모습은 쓸쓸했다. 그래도 씩씩함을 보여주려 아들은 애썼다.
아들은 그제 휴가 쓰고 거래처 대표와 서해에서 잡아 손질해둔 주꾸미를 가지고 한 시간 뒤에 울 부부도 세종을 빠져 동생 부부와 만나기로 한 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친정 부모님 산소로 향했다.
비는 추적거리며 내리다 오락가락 내리고 여행이기에 평소와 다르게 조금은 심란했다.
비속에 음악을 들으며 음료 등을 구매를 위해 괴산군청 부근에서 하차했다.
사실 동생 부부 모르게 깜짝쇼를 할 생각에 준비 못 한 생일 숫자 초를 구매하기도 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대형할인점으로 알고 찾아갔지만, 간판만 남고 어마어마하게 큰 옷 판매장이었다.
옷들이 천지인 곳의 화려함을 보고 내가 그냥 갈이 없다.
티셔츠 두 장을 고르고 남편도 운동화를 샀다. 남편은 사준 티셔츠라 맘에 들었던지 그냥 입고 가라고 했다. 남편이 입으라는데 입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게를 잡고 ‘여보 나 괜찮은가요?’ ‘됐어.~~~’ 쑥스러운 짧은 답을 했다.
산소에 먼저 도착해 동생 부부를 기다렸다.
비속에 동생 부부와 부모님 산소와 오빠 내외 집안 어른들이 계신 봉안당에 인사를 드렸다.
집안 문제로 부모님 산소에는 상석조차 없이 제사를 지냈지만, 그나마 동생 부부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부모님 산소는 내년 윤달에 봉안당으로 모시기로 했다.
산소를 벗어나 빗길에 아침밥을 먹으러 주변의 맛집인 시골밥상으로 향했다.
시골밥상을 들어서자 어머나~!!!
이 식당은 두세 번 온 곳이지만 올 때마다 입이 즐거웠다. 착한 가격도 맛집의 품격일 것이다.
쥔장이 이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나? 오지랖도 펴보며 감탄하며 한 접시를 가져왔다.
동생 부부는 연실 가져와 맛있게 먹었다. 울 부부 가져온 것도 맘 쓰는 곳이 있어 양껏 먹지를 못한듯했다.
시골밥상은 반찬도 셀 수 없이 많았고 제법 먹을거리도 넘쳤고, 맛집이라 칭하고 싶다.
쥔장은 동생 부부를 단골이라고 솥단지에서 구워나온 누룽지를 통째로 주었다. 동생 부부에게 준거지만 고마웠다.
쥔장의 넉넉함에 다시 찾고 싶기도 하다.
한 시간 반 정도를 추적거리는 빗길을 달려 숙소를 들어가기 전에, 제천 의림지 치유숲길을 찾았다.
도착하자 올케는 자유를 만끽하며 환호를 했다.
각자의 남편들을 주차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우산을 받쳐 들고 올케와 둘이 숲길을 걸었다.
올케랑 숲길을 걸으며 인증사진을 남기며 주차장 부근에서 동생과 시간을 보내던 남편은 잠시 우리랑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리도 그랬듯이 젊은 부부들의 맞벌이로 부모들이 고생하듯 올케도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가까이에서 돕느라 외손녀를 본다는 생각뿐 바깥나들이는 자유롭지 못한듯했다. 올케의 좋아하는 표정에 오기를 잘했네, 했다.
그렇게 의림지 숲길은 올케와 둘만의 자유시간을 보내며 숙소로 향했다.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아들이 예약한 제천 Es 리조트에 도착했다.
프런트에 들려 30평의 818호 열쇠를 받아 도착했다.
널찍한 거실과 티 테이블이 있는 테라스, 온돌방, 침대방으로 방 2개에 화장실 두 개~ 두 부부가 쓰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동생 부부는 깜짝 이벤트 준비를 모른 체 숙소에 들어섰다.
도착시각 오후 4시, 울 부부는 이른 점심이 부실했던 탓에 배가 고팠다.
동생은 밖으로 이른 저녁 먹으러 나가자지만 준비했다는 말은 안 하고 '비 오는데 어디를 가' 하며 비 핑계로 산에 갔던 음식 먹자고 능청스럽게 짐을 풀어헤쳤다.
샤부샤부 재료부터 다싯국물, 생수. 주꾸미, 휴대용 인덕션까지를 준비했다. 주꾸미는 아들이 손질해둔 터라 채소 손질만 하면 되었다.
식탁에서 인덕션에 다시 물에 채소 넣고 샤부샤부 먹을 준비하며 난 ‘화장실 좀~’ 하며 올케에게 다음 순서를 부탁했다.
잠시 후, 아무것도 준비 안 했다는 미안해하는 올케는 채소 손질에 집중하고 있을 때 티브이에서 본 것처럼 케이크는 아니지만 빵 위에 나름 생일같이 준비하고 생일 노래를 부르며 입장했다.
'어머 형님~!'
'올케 환갑생일 축하해~~'하며 준비한 봉투에 현금과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편지를 읽으며 나도 올케도 동생도 찔끔했다.
올케는 살가운 딸이 있지만, 리조트, 콘도 등의 여행은 처음이라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술과 안주할 깡통 번데기, 군것질용만을 가져왔다. 아마 나도 처음이라면 그보다 더 준비를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올케가 감격하며 동생 부부에게 깜짝 이벤트 성공하며 주꾸미 샤부샤부를 먹으며 소주로 축하행진은 이어졌다.
아들이 낚시로 잡은 주꾸미는 양도 많고 크기도 제법 컸다.
분위기를 살린 건 추적거리며 내린 비였다.
올케는 연실 친정 자매에게 아들딸에게 현장 소식을 전하며 그렇게 빗소리에 행복한 밤을 보냈다.
‘아들 고맙다.’ 전화도 하며
'낼 아침은 충분히 자고 일어나자~'
명령을 내렸다. 내가 대장이니까....ㅎㅎㅎ
사실 올케는 내가 누리지 못하는 외손녀를 돌보고 있기에 충분히 쉬게 하고 싶었다.
10월 15일
지난밤은 여행이 걱정될 만큼 많은 비를 퍼부어댔다.
아침도 비는 멈추지 않고 소리 없이 약하게 내렸다.
올케는 세상모르고 잤지만 모두 일어났다.
난 남편과 동생에게 올케를 깨우지 말라고 하고 널브러진 내 살림을 챙기며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준비래야 어제 먹던 샤부샤부 국물에 주꾸미를 몇 마리 더 넣고 죽을 먹을 예정이었다.
올케는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비 오는 숙소 주변 산책을 자처했다. 아마도 집에 있는 아들과 어린이집을 보내며 출근해야 하는 딸이 걱정된 듯했다. 모를 일 없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올케를 숙소에서 바라보며 셔터 몇 번을 눌러주었다.
동생 부부는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간단히 빵이라도 먹죠?' 했지만 '다음에 동생 가족끼리 올 때 가고 오늘은 어제 남은 샤부샤부 국물에 주꾸미 더 넣고 미리 끓여 놓은 죽을 먹자.' 했다.
별거 아닌데도 올케는 고마워했다. 비 오는데 왔다 갔다고 귀찮고 간단히 먹고 여행을 즐기고 싶었다.
준비해간 커피에 산에 올렸던 과일까지 후식으로 먹고 빗속 여행을 했다.
다음 우리가 찾아간 곳은 길이 220m가량의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다.
비는 멈출 줄 모르고 조르르 우산 끝에서 흘러내렸다. 그래도 여행이기에 즐거웠다.
동생은 우리와 동행을 했고 남편은 입구에서만 서성거렸다.
동생은 2015년도 메르스가 심각하던 때 교통사고(https://lks3349.tistory.com/1559) 이후 후유증으로 지금껏 고생으로 많이 걷지를 못하지만 오늘은 아내의 환갑이라는 이유로 힘을 내며 올케를 기쁘게 하고 있고, 내 남편은 고소공포증이 심해 갈 수 있는 곳이 제안되어 있다.
나와 올케는 신이 나서 출렁다리를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뛰고 이 모습 어때 이 모양은? 하며 사진 찍기 자세 취하기에 바빴다.
제법 관광객이 많았다.
그곳을 빠져 올케가 안내하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빗길 꼬불거리는 도로를 빠져 식당에 도착했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를 입장할 때 3,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중 2,000원은 지역 화폐로 되돌려받으며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었다. 물론 제천시민은 천원, 제천에서 지출을 안 하면 소용없게 되겠지만……. 우린 4명이 팔천 원을 저렴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또, 한정식이라 해서 도시에서 먹는 것과 조금 다르다는 점을 알고 와야 한다.
암튼 두 곳을 동생 부부와 추억을 남기고 점심은 조카딸의 도움으로 찾아낸 한정식으로 안내하며 1박 2일의 추억이 된 여행 이야기를 하며 올케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빗길에 서울로 안동으로 떠났다.
이번 여행은 요즘 환갑을 안 하지만 동생은 누나인 우리 부부와 여행이라도 갔으면 하고 준비한다 했었다.
해서 누나고 시누이인 내가 올케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며 여행을 하게 되었다.
동생과 헤어지고 우린 시부모님산소로 향했다.
이번 추석에는 찾지 못했다. 벌초는 업체에 의례 했던 거로 전해 들었다.
상석에 준비한 조촐한 음식을 올리고 인사를 드리는 중에 메뚜기가 폴짝 뛰며 방해를 했다.
남편은 먼저 가신 큰 시숙과 집안 어르신 산소도 찾아 인사드리고 난 산소 주변을 돌며 맘속 기도를 드렸다.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평일이어서 널찍하고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비길 여행에 수고한 남편을 위해 더럽혀진 차내 세차를 돕고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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