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1440

보고 싶다. 오빠

9월 20일 추석이 다가오니 친정 같은 오빠가 그리워진다. 친정 5남매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재산 다툼으로 창피하지만 위로 두 오빠와는 단절하고 아래로 3남매, 셋째 오빠와 나 그리고 동생은 가깝게 지내며 지난 2월 말 의지하던 셋째 오빠마저 고인이 되었다. 메르스로 전국이 시끄럽던 2015년 6월, 친정 동생은 KBS 전국 방송 밤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었다. 그 뒤로도 많은 고생을 하며 현재는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부모님이 계실 때도 집안의 대소사는 셋째 오빠 중심으로 행사를 지냈었지만, 이젠 교통사고 후유증의 동생으로 내가 의지할 수 없는 친정이다. 코로나로 세상이 변한 지금 왕래마저도 쉽지 않다. 이번 추석은 곧, 태어날 손주 생각을 하며 집에서 남편과 둘이 조용히 ..

텅 빈 집

9월 20일 오늘은 추석 전날, 아들은 세종시 자신의 집으로 떠났다. 지난 주말에 만삭인 며느리를 청주에 두고 어제 새벽같이 김해에 내려와 점심 먹은 오늘 추석의 특별함이 없어 막바지 연구과제를 이달 안으로 끝맺음해야 한다며 ‘이번 추석 연휴는 혼자 내려가는 만큼 부모님만 보고 가겠다.’라는 선약을 하고 내려왔던 아들은 추석 하루 전날인 오늘 세종시로 떠났다. 제사를 모시지 않는 막내 집이기에 사돈댁 청주에 들러 며느리를 데리고 세종시로 돌아간다. 고 했다. 난 아들을 좀 더 쉬게 하고 싶었지만 나름의 일정을 위해 미련 없이 떠나보내기로 했다. 안동은 제사 후에 먹는 비빔밥을 먹지만, 며칠 전 벌초를 다녀오며 산에서 제사를 모시고 왔기에 이번은 집에서 안동식 비빔밥을 준비하고 어제 먹고 남은 킹크랩 살을..

가을 전어

9월 19일 파란 가을하늘 아래 아들과 드라이브를 하며 도착한 진해 용원 회센터, 추석 명절로 고향에 온 가족들과 만남에 가을 전어가 빠지면 서운한 듯, 수산시장에는 생선회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입구에 들어서자 멸치인 듯 작은 물고기가 펄떡거렸다. 새끼복어였다. 모르고 먹으면 큰일 치르는 복어~ ‘만나서 반가웠다.’ 하곤 발길을 돌렸다. 아들의 추천으로 ‘강도다리’와 ‘가을 전어’를 주문했다. 능숙한 칼 놀림의 전어가 맛있게 손질되었다. (대목 가격 1kg 전어 3.5, 강도다리 1kg 3만) 역시, 쫀득하니 가을 전어다. 며느리 없는 식탁에서 만삭의 며느리와 휴대전화기로 소통하며 건강을 빌기도 하며 회 비빔밥까지 두둑하게 먹는 맛 난 저녁 겸한 한잔의 시간을 보냈다. 회센터에서 앵무새도..

경운산 378m. 9/19일

9월 19일 05시 40분, 만삭인 며느리는 청주 친정에 데려다주고 아들 혼자 추석 연휴로 집에 내려왔다. 추석 연휴, 밀리는 고속도로를 생각에 새벽 3시부터 핸들을 잡았다고 했다. 남편을 닮아 아들도 부지런하다. 밤잠 안 자고 내려온 아들을 자게 하려고 남편과 06시 집을 나서 경운산에 올랐다. 난 사실 눈이 떠지지 않았지만, 아들을 위해 홀로 가는 남편과 동행을 한 셈이다. 새벽인지 아침인지? 날씨는 싸늘하고 찹찹했다. 경운산에 발을 디디는 시간 어둠에서 하늘도 걷히고 있었다. 울창한 숲을 지나자 경운산 체육공원에서 들리는 운동광의 우렁찬 소리가 경운산자락을 흔들었다. 오늘도 남편은 나의 보폭을 맞춰가며 앞질러 갔고 난 뒤를 따라가며 경운산의 흔적을 담기에 바빴다. 산자락 어딘가에서는 막바지 벌초 기..

남편이 아닌 남푠으로

9월 14일 태풍 ‘찬투’가 온단다. 그 탓인지 산에 가려 준비 중에 하늘은 빗방울을 뿌렸다. 남편과 점심을 초밥집으로 정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지루함에 다른 초밥집으로 가자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설득해 기다리며 남편은 입구에 들어서자 ‘언제가 다녀온 대마도와 분위기는 비슷하고 이곳이 더 깨끗하네,’ 하며 코스처럼 된장국이 나오고 10가지 초밥에 이어 우동 그리고 튀김 새우가 나오는 작은 초밥집이었다. 그 분위기를 타며 개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남푠 ‘나 배부르다. 커피 들어갈 자리 없다. 마누라만 시켜’ 했다. '에고~ 멋없는 양반.' 그래도 신혼 때보다 나아진 것이다. 신혼 때 먹던 자장면 시절이 생각났다. 신혼 때는 월급날 자장면을 먹기로 했었다. 중국집을 찾았던 시절이다. 그땐 남편의..

안구건조증, 눈 시술

9월 10일 비 오는 오전 일 년 전 백내장 수술 후, 갑갑했던 눈은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지방 제거 시술을 해야 한다는 처방을 어제 들었다. 해서, 오늘 안과 시술을 받기로 했다. 아래쪽 눈에 무엇인지 모를 이물질이 있는 듯 오른쪽 눈을 자주 비비곤 했었다. 안과를 찾으니 안구건조증이 문제라며 오래된 프라이팬에 비교하며 눈에도 기름이 차서 기름을 짜내는 시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헐~! 별의별 병명이 다 있었다. 눈 밑에 젤을 바르고 2~3분 후에 레이저를 쏘고, 15분가량 눈 마사지를 받고, 전문의에 의해 기름을 짜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별한 주의사항은 없었다. 하루 전날 처방받은 안약을 넣으라는 지시와 함께 안과를 빠져나왔다. 30여 분의 시술을 마치고 점심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식사를 마친 하..

경운산 378m. 9/9

9월 9일 오전 7시, 남편을 따라 김해 내동에 자리한 경운산을 오르기로 했다. 저만치 보이는 경운산자락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입구에 도착해서 들리는 건 닭울음 소리, 아마도 그 닭은 늦장꾸러기인듯했다. 가을을 향해 익어가는 단감은 일찍부터 새 모이가 되어있었다. 먼 발취에서 들리는 벌초 기계 소리에 매미 소리는 가을이 다가옴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에 묻혀 소리가 멀리 들렸다. 30여 분을 오르면 어린 편백이 보인다. 그곳서부터 남편은 내 보폭을 맞춰주기 위해 편백에 오지랖을 피고 있었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작은 바위가 보이는 곳부터 편백은 심겨 있었다. 쓰러져가는 건 마른 편백 나무 지지대를 세워주고 덩굴이 감싸 안은 편백은 덩굴 뿌리를 뽑아 오롯이 편백의 힘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남편은 허리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