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1444

간병 12일째

12월 11일 아침을 눈을 뜨며 식욕을 잃은 오빠가 어떤 걸 드실지 몰라 구찌봉을 살짝 익혀 당근을 넣어 갈았다. 아침8시 식탁에 앉는 오빠에게 주스를 내밀자, 물끄러미 눈싸움을 하시다, 마신다. ‘진작 이렇게 먹을 걸,’ 입에 맞는듯했다. 그리곤 암환자들의 음료 ‘뉴케어’를 마신다. 그리곤 얼굴을 식탁에 파묻는다. 한참 뒤에 ‘내가 왜 그러지? 맥을 못 추겠구나, 병원도 가야하는데 세수도 못 하겠다’ 했다. ‘내가 물수건으로라도 닦아줄까’ 했지만 ‘냅 둬, 그냥가지 뭐’ 했다. 그리곤 힘없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린다. 난 큰 조카에게 전화를 했다. 평소 작은 조카가 모시고 병원을 가지만 큰조카가 함께 가주기 바라서이었다. 오빤 큰 조카가 집에 오자 호통을 치며 ‘공장에 할일이 많은데 오..

간병 11일째

12월 10일 어제 오빤 ‘먹기 힘든 건 마찬가지니 자주 먹어보자.’며‘하루 4끼를 먹어보자’ 했다. 아침 8시, 사골 국에 된장 풀어 무국으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오빠는 이발소를 간다했다. 동행하려 했지만 ‘여자가 그곳을 왜가?’ 했던 오빠는 ‘아파트 건너 가까운 곳이다.’ 라며 ‘혼자가도 된다.’했다. 오빠가 ‘준비를 하시는 건가?’...................... 난 살짝 걱정을 했다. 난 그동안 오빠 침대이불빨래를 하며 집안청소를 했다. 신나게 건조기에서 돌아가는 빨래를 보며 욕심을 부려보았다. ‘오빠도 저리 왕성한 기운을 보여주었으면’ 했다. 두 시간쯤 후에 돌아온 오빠는 이발에 염색까지, 말끔했지만, 피곤해 했다. 소고기 죽으로 점심의 전쟁을 치르곤 작은조카와 함께 부동산으로 향..

간병 10일째

12월 9일 늦잠이 들었다. 아침 6시 30분 알람을 듣고 잠이 또 들고 말았다. 7시 20분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와 주방으로 향했다. 오빤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주방에 들어서자 '먹었다'하곤 계속 엎드려 있었다. 그러곤 미동 없이 있던 오빤 30분쯤 후, ‘안 되겠다’ 며 안방 오빠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통증으로 고생하는 오빠를 위해 조용히 안방 문을 닫고 식탁에 앉아 난 비겁하게 커피를 마셨다. 오늘 병원 가는 날로 4시간 전까지는 공복에 가야했다. 해서 7시전에 순두부탕을 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난 늦잠을 잔 것이다. 난 병원에 함께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곤 누룽지를 끓였다. 검사 후 오빠의 빈속을 채우기 위해 숭늉과 누룽지 죽을 보온병에 따로 준비했다. 거기에 냄새는 나지만 몇 조각의 총..

간병 9일째

12월 8일 힘이 든다. 그래도 우리 오빤데~~~ 난 앉기만 하면 졸리다. 살이 빠진 오빠를 위해 바지 허리를 줄인다 했다. 오빤 안 줄여도 된다고 했다. 허리가 크니 바지가 흘러 내려 기장도 길었다. 난 노는 손에 바지 단이라도 줄이려 했지만, 오빠 자신은 그런 현상을 부정하는 듯했다. 며칠 전, 다녀간 올케가 가져온 총각김치 무를 오빠가 잘 드셨기에 낮에 영등포에서 올케가 온다기에 총각김치를 부탁했다. 그렇게 올케는 총각김치와 도넛을 사 들고 방문했다. 암과 투병 중인 오빠가 모르게 올케와 난 거실서 커피와 도넛을 먹었다. 오빠도 먹고 싶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모르게 먹었다. 미안해 오빠~~~ 오후 김해 봉사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2년제 봉사회 회장마저도 개인 사정을 밝히고 1년만 한다고..

간병 8일째

12월 7일 아침 6시 30분 알람에 의해 눈을 떴다. 하지만 난,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오빠가 오늘은 어떤 걸 해드리면 드시려나, 맘속생각을 할뿐이었다. 어젯밤 갈아놓은 식탁위의 당근주스가 다행이도 비어있었다. 틈틈이 음식을 먹어보려 애쓰는 오빠를 위해 주방으로 향했지만, 인기척 없는 오빠의 기상 시간에 맞추려 컴에 앉아본다. 8시경 안방 문이 열렸다. ‘공장에 가봐야 해’ 했다. 그 몸으로 어찌하려고~~~ 난 말없이 주방에서 찹쌀과 멥쌀, 옥수수까지 갈아 미역귀를 삶아 간 물에 낙지를 다져넣고 밥을 했다. 아니 정확히 죽을 끓여냈다. 먼저 약을 먹고 30분 뒤에 식사를 하신다. 밥그릇 앞에서 움직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인생이 억울하지도 않는지, 그냥 맑은 공기 마시며 쉬면 좋으련만~~~ 큰조카..

간병 7일째

12월 6일 오빠와 어렵게 식탁에 앉았다. 식사하는 건 오빠에게 전쟁 같은 일이 되었다. 식탁에 멍하니 앉아있던 오빠는 ‘내가 왜이러니, 이병이 밥상 앞에서 이렇게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구나.’ 내일 공장에도 나가봐야 하는데, 하며 식사는 전혀 못하고 있었다. 난 오빠에게 ‘이대로 가는 거 억울하지 않아, 이제 오빠를 위해서 보내야 되지 않을까?’ 오빠는 ‘쉰다고 맘이 편하겠니? 그냥 일하다가 가나, 누어 있다가 가나, 마음 편한 데로 해야지. 여행도 해외여행을 비롯해 가보고 싶은데 많이 가보고 해서 원이 없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잘 먹었니, 근데 이렇게 못 먹고 생을 마감해야 되겠니? 2~3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아니 단 6개월만이라도 살고 가면 미련이 없을 것 같은데..

간병 6일째

12월 5일 오빠는 8시에 ‘밥 먹자’ 하며 방문을 열었다. 깨어 있었지만 생각이 많은 듯했다. 9시에 약을 먹고 내가 만든 검정 콩 주스를 먹어주었다. 그리곤 한참을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속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 9시 30분경 오빤 내게 ‘너는 먹었어?’ ‘오빠가 먹어야지’ ‘그냥 먹지’ 그렇게 해서라도 같이 먹고 싶었다. 힘겹게 파래굴죽을 먹었다. 그리곤 오빤 ‘낙지 죽 먹어볼까!’ 했다. 해서 점심은 낙지로 죽을 끓일 생각이다. 낙지를 준비하고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익혀 비슷하게 끓여냈다. 나름 맛있게 되었지만, 중요한건 오빠가 드시질 못했다는 거다. 점심 무렵, 장조림, 연근부침, 명란젓, 나박김치 등 몇 가지 반찬을 영등포에서 올케가 해왔다. 낙지 죽은 오빠 몫을 전기밥솥에 보온을..

간병 5일째

12월 4일 새벽 3 시 영양제의 줄어듦을 확인했다 이런~ 또 막혀 있었다. 오빤 ‘새벽 2 시면 끝날 텐데~ 아직 멀었냐.’고 불편함을 표현하셨다. 그렇게 4 시 반, 6 시, 7 시 확인하며 7 시 40 분경 한 시간 분량을 남겨두고 영양제를 빼드렸다. 그런 사이 오빠가 드시기 편하도록 찹쌀 갈고 감자/양파 갈아 미음에 가까운 죽을 쑤어 준비했다. 8 시가 다가올 쯤, 출근 전에 큰조카가 건강 확인하며 공장 일을 의논하러 오빠를 보러 들렸다. 20 분쯤 준비된 죽을 드시도록 유도했지만 말없이 목만 가로저었다. 그리곤 9 시쯤 ‘밥 먹자 ’ 했다. ‘공장도 가봐야 하는데 ~’ 죽을 드시며 힘없이 혼잣말을 했다. 죽 반 공기를 드시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곤 한 시간 뒤 큰조카가 오빠를 공장에 ..

간병 4일째

12월 3일 오전 6시30분 눈을 떴지만, 오빠는 인기척이 없었다. 7시 반경 오빠 방 노크를 하며 '오빠 아침 먹을래?' ‘아냐 마약(진통제) 먹었다. 좀 있다 먹자.' 얼마나 아팠으면 진통제의 마약을 먹었을까! 그렇게 두 시간이 흐르고 9시30분 아침상을 차리며 오빠를 불렀다. 어렵게 식탁에 앉아 아침상을 제사상인 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었다. 그러던 중 코피가 흘렀다. 휴지로 얼른 코피를 닦으며 ’오빠코피!‘ ’어 코피 났니? 난 콩닥거리며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오빠는 태연하게 ‘머리로 갔으면 뇌출혈일 텐데 코로 흘러서 괜찮다.’하며 식사에 집중했다. 그리곤 며칠 만에 하는 건지 면도를 비롯해 샤워를 마치곤 '이제 살 것 같다' 했다. 그리곤 소파에 쓰러지듯 다시 누워 계셨다. 남편은 쉬는 날..

오빠간병 3일째

12월 2일 새벽4시가 되자 환자들은 하나둘 잠에서 깼다. 그도 그럴 것이 칠십대 노인들이 입원해 있는 암 병동이기에 남 의식 않고 제집인 냥, 소리 내며 깨어 있었다. 견디다 못해 4시 40분이 되어 오빠도 잠에서 일어났다. 앞에 있는 50대는 기척 없이 누워있었다. 간호사마저 퇴원 자를 위해 퇴원절차를 설명하며 주변 환자들까지 깨웠다. 다시 잠든 난 6시30분쯤에 완전기상을 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 오빠도 깼다. 오빤 괴로움을 여전히 참으며 움직여보려 애썼다. 결국 통증에 지고만 오빤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에 오빠가 바라던 작은 양의 죽으로 곡기가 나왔다. 평소에 '사람은 곡기가 들어가야 힘쓴다.' 라고 말했었다. 그런 오빠가 선하품으로 죽을 맞이했다. '먹기 힘들겠다. 치워라' '그래도 국물이라..